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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르 대표, 김원길 동문이 걸어온 길

바이네르 대표, 김원길 동문이 걸어온 길

 

대표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과 현재 이끌고 계신 '바이네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 지도 올해로 46년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구두를 만드는 기술을 배워서 기능대회에 나가서 메달도 땄고,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구두를 만들다가 29세에 창업을 했습니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후 여러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아서, 일본과 미국으로 가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후 이탈리아에 가서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인 바이네르와 만남을 가졌고, 1993년부터는 바이네르의 제품을 수입해서 한국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바이네르의 판매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바이네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서 한국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고 판매도 했습니다.

이후 바이네르의 창업자가 돌아가신 후 그 아들이 바이네르를 유럽과 홍콩에 동시 상장하려 했으나,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바이네르 브랜드를 인수했고,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두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컴포트화, 그리고 컴포트화 분야의 대표주자인 바이네르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1990년 전후부터 국내 소비자들이 편한 구두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당시에는 미국 텍사스 소재의 브랜드인 사스(SAS, San Antonio Shoemakers)의 제품들이 많이 판매됐습니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들이 편한 신발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 시장을 공부하면서 SAS의 제품들을 신어보고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에는 나인웨스트 그룹, 브라운 그룹과 같이 대형 신발회사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들의 편한 신발을 국내에 들여와서 판매해 보기도 했지만 SAS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이탈리아로 가서 바이네르의 제품들을 국내에 선보였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결국 미국 SAS의 명성을 바이네르 브랜드로 밀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바이네르가 국내 컴포트화 시장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에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앞으로 바이네르를 어떤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바이네르 창업자께서 돌아가신 후에 힘든 일을 굉장히 많이 겪었습니다. 제가 바이네르 제품들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고 판매가 잘 되니까, 다른 국내 기업들이 바이네르 본사를 찾아가서 자신들도 바이네르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심해지고 바이네르 측에서도 제가 더 이상 유일한 파트너사, 그리고 미래의 파트너사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력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바이네르 브랜드 자체를 인수하고 나서야 15~20년 가까이 국내 회사들과 경쟁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또 바이네르를 인수하면서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기보다는 고객들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든다는 원칙을 계속 지켜 나가려고 합니다. 아무리 잘난 회사라도 고객이 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좋아하는 구두를 계속 연구·개발해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구두보다는 편안한 멋을 추구하는 컴포트화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바이네르를 운영하시는 데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기회 / 위협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시나요?

바이네르의 주요 고객에는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러한 고객들이 외부 활동이 대체적으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새 신발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었고요. 그러나 운동, 그리고 운동화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운동화 제품군으로 많이 전환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오래전부터 바이네르의 해외 시장 개척을 계획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네르의 해외 시장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바이네르의 글로벌 비즈니스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바이네르는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베트남 현지의 영향력 있는 고객 1,000명에게 바이네르 신발을 직접 착용해 보게 한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현지에 맞게 제품을 보완해서 진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베트남 현지의 고객들이 좋아하는 신발을 개발하고, 이를 시작점으로 해서 아시아 최고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특히 단순히 고가의 신발이 아닌, 소비자의 신체에 좋은 주춧돌이 돼 줄 수 있는 신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으로서, 대표님께서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계시나요? 또 평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데요. ‘나눔’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30년간 사업을 하면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성공은 ‘행복하게 살면서 존경받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제가 행복하고 존경받으며 살 수 있을지가 제 인생의 과제가 되었고, 이를 토대로 세 가지 회사 경영 이념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세상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겨야 한다. 두 번째,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 그 속에서 나도 행복해야 한다는 이념입니다. 이러한 이념들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웃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눔의 바탕에는 제가 바이네르의 창업자로부터 배운 것들이 녹아 있습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저는 창업자에게 빚을 많이 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바이네르는 이탈리아 마르케(Marche)에서 시작한 브랜드인데, 바이네르의 신발을 만드는 과정 중 하나인 신발을 꿰매는 일에만 600명이 필요한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르케 지역의 주민들은 거의 모두 바이네르에서 일했을 정도로 유서 깊고 명성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또, 제가 바이네르를 방문할 때마다 창업자께서 마르케 지방의 가장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대접해 주시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가 베푸는 것, 그리고 봉사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고, 이후 제가 회사를 끌고 나가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네르 창업자의 생각과 영혼을 국내 시장에서도 계속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AMP) 73기 회장을 역임하셨는데요. 서울대 AMP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서울대학교 AMP 과정을 통해 ‘좋은 울타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또한 회장단 등 다양한 모임에서 여러 분야의 존경받는 경영인들과 좋은 인연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서울대학교 AMP 과정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지식이나 학문뿐 아니라, 훌륭한 동기들과 좋은 울타리를 만들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더 좋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서울대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꿀 다양한 아이디어와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무한 경쟁 시대이고, 주변에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경쟁자들도 나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들이 없다면 제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선두에서 앞서 나가던 회사들이 한순간 경쟁의식을 잃고 나태해지는 사례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경쟁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면서, 그들을 자산으로 만들고 함께 좋은 울타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인생은 나에게 주어진 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며 멋진 계단을 오르는 훌륭한 인재들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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