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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그룹 회장, 김해련 동문과의 만남

태경그룹 회장, 김해련 동문과의 만남

 

 

먼저 회장님께서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 그리고 현재 이끌고 계신 태경그룹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태경그룹은 1975년 설립된 태경산업에 뿌리를 둔 기초소재 및 친환경 무기화학 중심의 중견그룹입니다. 태경비케이, 태경케미컬, 태경에스비씨, 태경에코, 남영전구, 태경코엠 등 10개 자회사에서 생산하는 기초소재는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타이어, 식품, 제지, 반도체, 의료, 건설, 환경,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사용되는데요. 지속 가능한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소재 개발에 집중하며 ‘그린뉴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경케미컬은 CO2를 포집 및 정제하고 최첨단 압축공정을 거쳐 드라이아이스와 액화탄산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이 중 ‘초순도 드라이아이스’는 백신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한 ‘의약품 콜드체인 시스템’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태경비케이의 광산에서 채굴된 석회석은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친환경 포장용기 시장, 미래 친환 경자동차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고, 태경에코의 친환경 액상소석회는 공기를 정화하고 물을 정수하는 중요한 소재로 사용됩니다.

태경그룹은 45년 동안 한길을 걸어오면서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외부 환경 변화에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민첩하게 대응하며 무기소재 세계 1위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태경그룹은 현재 2,090개의 클라이언트와 거래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33개의 그린뉴딜 신소재를 개발해 ESG 경영을 리딩하면서 50여 개국까지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태경그룹에 합류하시기 전에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인 ‘패션플러스’를 창업해 키워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T와 패션업계에서 인정받는 사업가가 되기까지 회장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저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Pace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뉴욕 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패션 분야가 저와 너무 잘 맞아서 귀국하자마자 패션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29세에 창업한 것이 ‘아드리안느’라는 패션 브랜드였습니다. 패션 브랜드는 아버지의 사업과는 무관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매장 한 곳에서 시작했고, ‘아드리안느’는 서울 컬렉션에서 패션쇼를 하고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대형 백화점에서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고급 패션 브랜드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한 10년을 경영하다가 IMF가 터지면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져서 저희도 매장을 줄이고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39 홈쇼핑(현재 GS홈쇼핑)에 나가게 되었고, 두 시간 만에 1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때 홈쇼핑의 위력이 크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들이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옷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앞으로는 의류를 오프라인에서만 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인터넷 공부를 하고, 1999년에 국내 최초의 인터넷 의류 쇼핑몰인 ‘패션플러스’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사실 ‘패션플러스’를 창업할 당시는 누가 인터넷으로 옷을 사냐고 하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바람이 불면서 산업은행, KTB 등 벤처 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패션플러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창업 10년 만인 2010년, 패션플러스를 매각할 때 매출 규모가 800억 원 정도였고, 지금은 2,500억 대로 성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지병으로 태경그룹(구 송원그룹) 부회장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패션플러스’를 당시 오프라인에서 유통과 패션 브랜드를 갖고 있던 회사에 매각하게 됐지만,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10년간 생존하며 ‘패션플러스’를 경영했던 경험은 저의 큰 자산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인터넷 솔루션과 사이트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수치와 자료에 근거한 데이터 경영을 전산화와 스마트팩토리 등 인터넷 비즈니스 영역을 전략적으로 개척하는 경험을 쌓다 보니 제가 어느 순간 트렌드 전문가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오랜 현장 경험 기술과 노하우를 담아 소비자 트렌드 관련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고, 외부 요청을 받아 10년 정도 다른 회사들의 컨설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태경그룹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또는 회장님께서 가장 관심을 쏟고 계신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최근 경영 분야에서 신소재, 친환경, 그리고 ESG 경영이 화두입니다. 이에 태경그룹 경영의 핵심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에 기여하는 소재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이며, 미래 50년의 소재 산업을 이끄는 ‘Global Top-Tier 기초소재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33개를 2025년까지 기업의 기술적 로드맵과 전반적인 R&D의 방향에 맞게 차질 없이 개발해, 전 산업 분야의 친환경 전환과 기술화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로 많은 산업군이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재 산업은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또 태경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비해 왔는지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시장이 확대됐습니다. 이에 작년에서 올해까지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아이템은 바로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였습니다. 과거 신선식품은 보관과 배송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는데,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해서 냉동식품이나 고기, 해산물 등 재료들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신선식품이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태경케미컬에서도 비대면 식품 거래가 늘어나는 트렌드를 예측하고 코로나 19 이전인 2020년 1월부터 신규 투자를 통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식품 전용 드라이아이스를 별도로 개발하였고, 소비자를 위한 ‘세이프 프레시너 (Safe Freshner)’ 브랜딩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이렇게 시장의 변화에 먼저 대비했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더 빨리 신선식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소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대면 유통시장의 혜택을 받은 또 다른 아이템은 제지 원료입니다. 태경산업은 이전에 인쇄용지 시장에 중탄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광고가 부상하면서 5년 전부터 인쇄용지 시장은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태경산업은 안주하지 않고, 온라인 구매 증가에 따라 포장지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태경산업은 업계 최초로 ‘포장지용 GCC’라는 새로운 원료 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택배용 골판지, 백판지’라는 블루오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패션에서 패션 유통, 그리고 현재의 소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의 리더십 관통하는 회장님만의 가치관이나 비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태경그룹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사평가 지표 네 가지를 예시로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가지 지표는 ① R&D 마인드 ② 혁신 ③ 데이터 경영 (비즈니스에 정형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지 여부) ④ (진정한) 소통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의 중요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업은 R&D를 통해 신사업을 개발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태경그룹도 45년 전 카바이트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카바이트 자체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R&D를 통해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이러한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동일한 맥락에서,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혁신적인 사고를 갖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적인 마인드도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4차산업혁명 등에 대비해 데이터 정량화와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현재 태경그룹은 일부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매일 투입한 원료가 일정 프로세스를 거쳐 산출물로 나오는 전 과정이 빅데이터로 축적돼 최적화(optimization)의 기반이 됩니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인사나 세일즈 등 모든 분야에 잘 활용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MZ 세대들에게는 과거의 권위적인 업무 지시보다는 개개인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통’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하여 어려움이 있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임원들을 제외한 직원들과 소규모로 식사를 하며 서로 격의 없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처럼 지금까지 종사해 온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서울대 경영대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 주신다면?

모든 경영에는 새로운 산업이나 학문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패션 기업을 운영하다가 온라인 쇼핑몰로 넘어갈 수 있었고, 이후 화학공학 분야에도 관심을 두게 돼 관련 전문 지식을 가진 친구와 매주 스터디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매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산업군에 관계없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에 대해 저만의 분석을 나누고 있습니다. 결국 ‘지적 호기심’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든 분야의 경영에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최고경영자과정(AMP)을 통해 서울대 경영대학원과 함께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학교와 관련된 좋은 기억이 있으시다면?

AMP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 종사하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저는 여성 최초로 AMP 회장(79기)을 맡았고, 수료 이후에도 함께 공부한 분들과 친구처럼, 또 동반자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를 통한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경영을 하려면, 또 경영 분야에 종사하려면 지적 호기심을 갖고 경영 자체에 대해서 흥미를 느껴야 합니다. 새로운 산업과 관련 사업 설명을 듣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즐거워야 합니다. 또 모르는 것이 생기면 책을 비롯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 과정들 자체가 취미생활이고 재미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 경영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즉, 매일 새로운 비즈니스를 꿈꾸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생각해야 합니다. 호기심을 갖고 기존 사업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또 주위 산업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즐기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즉,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재밌어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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