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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 홍우선 동문이 전하는 조언

금융전문가 홍우선 동문이 전하는 조언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경영학과에 진학하셨고, 학부 시절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솔직하게 경제학과를 가려고 했어요. 그때는 인터넷도 잘 안 돼서 모랐고 ‘경’자로 시작해서 비슷한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경제학과 가려면 사회과학대학으로 입학후 1학년때 공부 열심히 해야 했었고 경영학과는 아니었죠. 그런데 사실 경제학과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그냥 멋있어 보인거죠. 그래서 경영학과에 오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런 실망감 때문인지 공부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고, 졸업하고 무난하게 취직할 생각으로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놀기만 했었어요. 사실은 후회가 되는 게, 삶은 한 번 뿐인데 대학 생활에서 열심히 한 것이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연애를 열심히 하든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점을 잘 받아보든가, 아니면 취미생활이라도 열심히 해보든가 뭐라도 했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사실은 제가 기타를 한 번 쳐보려고 했는데, 워낙 음치여서 음악 학원에서 쫓겨난 적은 있었어요. (웃음) 그러한 후회 때문에 한국장학재단에서 대학생들에게 멘토링을 5~6년 정도 했었는데 그 때 학생들에게 하려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하고는 했죠.

대표님께서 KIS채권평가 대표이사, 한국채권연구원 연구위원, 나이스D&B 대표이사, 나이스정보통신 대표이사 등 많은 경력을 지니고 계시는데 다양한 커리어를 거치게 된 대표님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군대 가기 전에 한국신용평가에서 인턴을 했어요. 인턴 시절에 보니 그 회사의 근무강도는 낮은 데 급여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요. 그리고 제대할 무렵이 되니까 취직은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1~2년 동안 직장과 사회를 겪어 볼 생각으로 다시 한국신용평가에 입사하게 됐죠. 당시 증권, 제조업, 심지어 광고 쪽에도 관심을 가졌었는데, 결국 요즘 말하는 워라벨이 매력적이어서 한국신용평가에 다니게 된 거죠. 당시는 조금 다니고 그만둘 생각으로 다른 회사에도 몇 번 지원해보고, 실제로 사표도 몇 번 냈었어요. 그러다 상사와 면담하면 주저앉고 그랬었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제가 그곳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죠. 그 때 제가 애널리스트로 있으면서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데 사장이나 경영진들은 일은 많이 안하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다는 불만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다 제가 90년대 중반 기획실장을 맡았었는데 회사 내에서 일반 직원으로서 회사를 보는 것과 경영자 입장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 좀 많이 느끼고 사람도 바뀌었죠. 그러고 2000년에 KIS채권평가 대표이사로 당시 30억을 갖고서 시작했었는데, 1년 반만에 30억을 다 썼어요. 그때 회사가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있었는데, 제가 뽑은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계속 운영하게 되면서 불면증도 생겼지만 사람이 치열해졌다고 할까,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그렇게 회의론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됐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 사업을 하려고 나왔는데 지금이야 사업하려고 하면 국가 돈 아니면 일반 기업체, 은행, 벤처캐피털 등 투자해주는 곳이 많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아서 제 돈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리스크가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월급쟁이 생활을 해야지 하면서 들어갔던 곳이 NICE그룹인데 제가 역마살이 꼈는지 7년 반 동안 4개의 회사에 다녔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저의 의지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흘러간 것 같아요. 저는 어느 회사 어느 부서에 있더라도 제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밥값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이사로서 기본적인 밥값은 맡은 조직을 going-concern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는 생물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조직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수익성과 성장 모멘텀을 제공 내지 유지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설립했던  KIS채권평가, 그리고 나이스그룹에서 맡았던 NICE P&I, NICE D&B 그리고 NICE 정보통신 등은 성장성이나 수익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조직을 더 키워서 그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 대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사장이라는 역할을 위임받는 거거든요.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 학부생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 혹은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후배들에게 금융 쪽에서 일하고 싶으면 과학적 사고체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수학이나 통계학을 공부해 보라고 해요. 제조업과 달리 금융은 재료도 없고 상품도 잘 안 보이잖아요. 제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이라면 금융업은 그런 결과를 해석(재무제표 등 생산의 결과물을 분석과 판단)하는 것이 주업무죠. 그러한 해석을 위하여는 과학적인 사고와 고민이 필수입니다. 과학적인 사고의 반대가 신화적인 사고거든요.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첫사랑은 왜 비극으로 끝나는가? 멋있죠. 근데 이거는 사실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안주거리로는 좋은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여러분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돼요. 금융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why'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해요. 왜 이것을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그것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그래야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남들과는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별화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인데 저는 남들보다 잘한다는 것을 세 가지로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좋은 성과를 내며 잘하는 거예요. 또 하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하는 거예요. 일하는 방식이나 구성을 다르게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남들은 밀가루로 빵을 만들지만 나는 쌀로 만들다 보면 어느 날 쌀값이 떨어졌을 때 내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죠. 이것 또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것이죠. 쌀로 빵을 만들 수 있지만, 만약 흙으로 빵을 만들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잖아요.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일을 하면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대학교는 4년이나 6년 다니지만 직장은 30년 이상 다녀야 해요. 물론 직장을 옮길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3~40년 하려면 되도록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해요. 그래야 직장생활에서 만족도가 커요. 요즘은 '회사는 회사', '나는 나' 이런 시각으로 워라밸을 강조하는데, 그러면 하루 24시간 중 거의 3분의 1인 잠자는 시간을 빼면 반 이상을 회사에서 지내는데 그 긴 시간을 불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이 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3~4시간의 퇴근후 삶를 위해서 8시간을 포기하는 것이니까 내 삶에서 행복도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또 월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도 월급은 조금 덜 받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 경쟁력을 키우면 5년, 10년 뒤에는 여러분들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잘나가고 있는 회사보다는 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에 가세요. 회사가 아무리 잘나가도 내가 그 성장에서 소외되면 아무 소용이 없고 더 실망할 것입니다. 나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후배 학부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의사 결정을 할 때 길게 보면서 지금이 2~30년 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으로 가는 길인가 그런 것을 생각하는 노력과 연습을 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나에 대한 투자는 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배우고 더 건강하도록 노력해야 긴 승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 배우는 것에 대해서 인색하지 마세요. 저는 지식에는 두 가지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 가지는 업무 지식이고, 하나는 네트워크 지식이에요. 젊어서는 업무 지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나이가 들면서 네트워크 지식을 넓히는 데 노력해야죠.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누가 해결할 수 있는지는 알아야 해요. 

그리고 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이 소비활동이 아닌 생산활동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의 지식이나 재능을 소비하는 활동을 주로 하다보면 쉽게 지치고 흔히 말하는 번아웃도 쉽게 되죠. 그러나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늘려가는 생산활동을 하면 덜 지치고 의욕이 나름 생기죠. 저는 기존 지식을 배우는 것, 시키는 업무를 하는 것은 소비활동이고, 새로운 지식을 찾는 것,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생산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도 충전하고 체력도 기르면서 나의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을 해서 나의 지식과 육체적인 LEVEL을 높이며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류가 되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까 한국신용평가에서 저의 경험에서 말씀드렸듯이 메인스트림에 있으면 보는 시각이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어요. 이왕 하는 조직생활, 더 얻어야하지 않겠어요?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긴 시간 대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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