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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넥스트노멀(Next Normal) 시대의 투자

넥스트노멀(Next Normal) 시대의 투자

글. 목대균 동문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COVID-19로 우리의 삶은 갑자기 많은 변화를 겪었다. COVID-19 누적 확진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많은 환자들이 ‘고독한 죽음’을 맞이했다. 감염 확산 우려로 안타깝게도 가족조차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올해 4월 미국 CNN방송에서는 사별 후 혼자된 40대 어머니가 COVID-19로 사망 직전 여섯 명의 자녀와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무전기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이전과 다르게 우리는 고독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 것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COVID-19 이전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평생 극단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살 수는 없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고독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대안을 찾아낼 것이다.

COVID-19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학생들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전자상거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자동차 부품과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나타났고, 해외 생산기지와 글로벌 소싱의 안정성에 대한 경영진의 의구심은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함께, 공장 원격제어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공급망관리(SCM) 고도화도 언급된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다. 정부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COVID-19 전후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런 급변을 ‘뉴노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률, 정부 부채증가, 규제강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경제질서를 의미)’로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뉴노멀과는 다른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를 설명할 용어가 필요하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COVID-19 이후 나타나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넥스트노멀(Next Normal)’이라 명명했다. 우리가 살아갈 넥스트노멀(Next Normal) 시대에 개인, 기업, 정부의 틀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그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와 같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부(富, wealth)의 기회를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변화에 주목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에 주목하고 투자해야 하는가?

펠로톤(Peloton)

 

COVID-19로 많은 피트니스 클럽이 문을 닫았다. 집에서 ‘혼자’ 운동할 수 있지만, 뭔가 심심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피트니스클럽이 주는 만족감을 대신하기에 뭔가 부족하다.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다. 새로운 부의 기회는 탄생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언제든 집에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펠로톤(Peloton) 기업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는 펠로톤 실내 바이크를 구입하면, 바이크에 연동된 태블릿(Tablet)으로 유명 강사의 실시간 스피닝(Spinning) 강의를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강사진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편의성’과 더불어 같은 콘텐츠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있다는 생동감으로 인해 소비자는 펠로톤의 서비스에 중독될 수밖에 없다. COVID-19로 인한 소비문화의 진화를 눈치챈 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Lululemon)’은 홈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Mirror)를 인수한다. 미러(Mirror)는 1500달러 스마트 거울을 이용해 요가, 복싱, 필라테스 강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신거울처럼 보이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켜면 전문 피트니스 강사와 연결되고, 해당 강사가 이용자의 프로필과 생체 인식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운동을 추천해주면서 일대일로 운동 자세까지 교정해준다. 

이처럼 COVID-19로 인해 디지털에 기반한 언택트(Untact, 비접촉)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펠로톤, 미러 외에도 텔라닥(Teladoc), 줌(Zoom), 도큐사인(Docusign) 등이 대표적 언택트 기업들이다. 텔라닥(Teladoc)의 경우 의료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용자는 등록한 이후 ‘10’분 안에 의사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 줌(Zoom)은 데스크톱, 아이패드, 아이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하며, 최대 40분까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도큐사인(Docusign)은 메신저를 통해 계약의 알림, 확인 및 서명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도큐사인(Docusign) 공식 홈페이지

 

이런 언택트 기업들의 공통점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기업이라는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혁신 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파괴적 혁신 기업들이 어떻게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는지를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 ‘편의성’, ‘디지털화’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가진 언택트 기업들의 침투율은 COVID-19로 급격하게 상승 중이다. 원격진료, 온라인 쇼핑, 금융거래, 화상회의 등 많은 분야에서 관찰되고 있다. COVID-19는 산업지형의 변화와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앞당긴 ‘계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넥스트노멀 시대의 주인공은 소수 기업에 국한될 것이다. 플랫폼의 ‘독점력’과 ‘확장력’ 때문에, 결국 소수 기업만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이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산업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예전에는 10개 중 3~4개 수준이었다면 요즘은 1~2개로 압축되었다. 저성장 시대에 소수의 기업만이 고속성장하는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금은 이런 소수 기업들에 집중될 것이며, 이는 투자 관점에서도 변화를 요구한다. 과거 분산이 미덕이었던 시대는 가고, 집중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언택트 기업들의 주가 급등을 COVID-19로 인한 일시적 광풍으로 우려한다. 합리적 의심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오늘날 목격하는 모든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랜 기간 걸쳐 진행되었던 것들이다. 언택트(Untact, 비접촉) 범주에 속한 산업들은 전혀 새로운 산업이 아니다. 다만, COVID-19 이전에는 소수만이 이용했을 뿐이다. 이제 COVID-19가 소비자들에게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 새로운 미래에 적응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스스로 바뀌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다. 천천히 올 것으로 예상했던 미래는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한참 후의 미래가 당장의 현실이 된 것이다. 앞당겨진 미래는 결론적으로 언택트 기업들의 주가 급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단 적응하고 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넥스트노멀 시대의 주인공에 대한 프리미엄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물론, 고민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은 존재한다. 언택트 기업들의 적정가치 평가이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인터넷을 중심으로 IT 산업이 성장하고, 스마트폰과 SNS 등 각종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서 무형자산이 중요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무형자산/유형자산 비율이 1배가 안 되었지만, 90년 이후 무형자산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95년 2.1배였던 무형자산/유형자산 비율은 05년 4배, 18년 5.3배로 급격히 상승했다. 넥스트노멀 시대를 주도할 언택트 기업들의 핵심 자산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이며, 무형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더 무형자산 평가는 중요해질 것이다. 이익과 유형자산에 기반한 전통적 지표들(PER, PBR)보다, 무형자산 관련 지표들(R&D투자, 지적재산권)이 주목받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무형자산에 대한 객관적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무형자산 가치에 대한 회계적 리스크와 과대평가 가능성은 당연히 존재하며, 이런 위험 요소들은 높은 주가 변동성의 원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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