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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 임팩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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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교육은 경영학 교육과 같지 않습니다. 
경영학 교육 과정이 이미 있는데 굳이 별도의 커리큘럼이 필요한가? 기업가 정신, 창업론 등의 커리큘럼을 설계한다고 했을 때, 흔히 받는 질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창업 교육을 경영학의 표지갈이 정도로 이해합니다. 가끔 이메일을 타고, 외부 창업지원센터의 특강 목록이 배달됩니다. 예비 창업가를 위한 경영학 교육이 가득합니다. 경영학 교수들도 창업 교육이란 경영학 일반을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특수한 맥락에 응용하는 것이라고 간주합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생산 관리, 인사 관리, 마케팅 관리 등으로 창업 교육을 구성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창업 교육은 조직 규모가 작은 경영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규모는 초기 스타트업의 중요한 특징이지만, 창업 교육의 본령을 지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 교육은 경영학 교육과 같지 않습니다. 대상이 다르고, 현상의 위험 속성이 다르고, 교육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째, 창업 교육을, 특히 린스타트업(Lean Startup)과 같은 하향식 방법론(Top-down Approach)을 강조하는 실무자들은 스타트업의 신제품 개발 과정이 기성 기업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지난 호에 언급했듯, 창업은 이방인, 비고객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의 경영학자 역시 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창업가가 계속 경영을 하는 것이 외부 전문가 영입보다 좋은가를 따진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의 방증입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자체가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역량과 기성 기업의 경영 역량이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둘째, 창업 현상은 경영 현상과 전혀 다른 위험(Risk)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좋은 경영은 생산 과정의 신뢰도(Reliability), 결과 책임(Accountability)을 최적화하는 과정입니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운동에서처럼, 표준 과업을 중심으로 오차가 최소화되는 과정입니다. 경영 성과는 통상 정규 분포를 따른다고 봅니다.  

반면에 창업 성과는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실패하고 극소수만 성공하는 것이 창업 현상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멱함수(Power Law Distribution)만큼 창업 성과를 잘 반영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책이 잘못되어서, 경영을 잘못해서 창업 성공률이 낮다고 질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의 본질은 잘못 이해한 탓입니다. 창업은 원래 대부분 실패하는 것입니다.

영화 산업이나 음원 시장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다수의 영화, 음원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소수의 빅 히트 작품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소위 블록버스터 사업 모델의 사례입니다. 경영이 비효율적이라고 질책을 받지만, 축적 우위(Cumulative Advantage)라는 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이러한 시장에서는, 개별 투자의 결과를 사전적으로 예측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패는 정상적인 것입니다. 물론 잘 실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경영학 교육은 효율적 삶을 지향합니다. 반면에 창업 교육은 비효율적 삶을 지향합니다. 정규 분포의 세계에서 교육은 평균에 가깝게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차이는 비효율의 결과이거나 사소한 행운일 뿐입니다. 멱함수의 세계에서 교육은 단 하나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창업 교육은 변이(Variation)의 교육이고, 경영학 교육은 유지(Retention)의 교육입니다. 대학 교육의 본령이 대기업의 중간 관리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개인을 만드는 것이라면, 자기만의 문제를 고민하는 행위, 차이를 만드는 행위에 집중하는 창업 교육은 대학 교육의 본령에 오히려 가깝습니다. 효율적인 행위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고유의 행위 목표를 선택하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창업 교육은 성공담의 나열이 아닙니다. 창업 교육은 부자가 되는 교육이 아닙니다. 창업 교육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자신의 차이를 선택하는 교육입니다. 자기 책임 아래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비효율적 행위가 창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이는 본래적으로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창업 교육은 궁극적으로 실패 교육입니다.

배종훈, 벤처경영기업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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