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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장(4)

우시장(4)

우리는 시장을 만든다(4)

관성적 교육이 관리자를 만들 때, 관성적 시장은 기업가를 만들어 냅니다.

코로나 이후의 경제 지형을 읽으려는 많은 시도가 있습니다. 비대면의 재택 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비대면 서비스가 상품의 그리고 작업장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이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소비가 우리 환경에 주는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소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낯선 새로운 실천을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일을 일답게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어느 이론가의 실천, Julie Battilana

지난 5월 삼 천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한 곳에 모여 목소리를 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피케티 교수도 있었고, 캠브리지의 장하준 교수도 있었습니다. 인류학자와 사회학자를 포괄한 다양한 연구진의 목소리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음과 같은 표제로 소개했습니다. "Coronavirus shows why we must democratise work". 10월 파리의 Seuil 출판사에서 Le Manifeste Travail이라는 이름으로 기록할 예정입니다.

삼 천명이 넘는 목소리를 기획한 Harvard 대학교의 Julie Battilana 교수와의 이야기를 여기에 담았습니다. Battilana 교수는 Harvard 경영대학원과 케네디 행정대학원, 두 곳에서 테뉴어를 받았고, 동시에 Joseph Wilson 석좌 교수와 Alan Gleitsman 석좌 교수이기도 합니다.

Battilana 교수가 다른 동료와 발제한 5월의 선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일하는 사람은 (인적) 자원 그 이상이다. 이것이 작금의 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교훈이다. 병자를 돌보고, 음식과 약품과 생필품을 배달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매장 선반에 물건을 채우고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는 것. 전염병의 시대에 삶이 삶으로 지속되게 도와주는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일이 단순히 상품으로 축소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다. 보건과 취약 계층 돌봄은 그저 시장 법칙에 따라 통제될 수는 없다. 이런 활동을 오로지 시장에게만 떠넘긴다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방기하는 수준까지 불평등이 폭증할 위험이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수용 불가능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작업장에서 자신의 삶과 미래에 관계되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그 당사자인 작업자도 포함시키는 것, 바로 기업을 민주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을 탈상품화하는 것, 즉 모두에게 유용한 고용을 집단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감염병과 환경 붕괴의 가공할 위험을 목도하는 이때,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도모해야 우리는 모든 이에게 시민으로서의 품격을 보장할 수 있고, 지구 상의 삶을 보존하기 위한 공동의 역량과 노력을 끌어낼 수 있다.

(Working humans are so much more than “resources.” This is one of the central lessons of the current crisis. Caring for the sick; delivering food, medication, and other essentials; clearing away our waste; stocking the shelves and running the registers in our grocery stores – the people who have kept life going through the COVID-19 pandemic are living proof that work cannot be reduced to a mere commodity. Human health and the care of the most vulnerable cannot be governed by market forces alone. If we leave these things solely to the market, we run the risk of exacerbating inequalities to the point of forfeiting the very lives of the least advantaged. How to avoid this unacceptable situation? By involving employees in decisions relating to their lives and futures in the workplace – by democratizing firms. By decommodifying work – by collectively guaranteeing useful employment to all. As we face the monstrous risk of pandemic and environmental collapse, making these strategic changes would allow us to ensure the dignity of all citizens while marshalling the collective strength and effort we need to preserve our life together on this planet.)

(기업가센터) 지난 5월의 선언을 주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Battilana) 각성, 우리가 처해 있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각성, 바로 내가 이 운동을 기획하고 참여한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지구적 감염병에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차원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수익 극대화에 매달린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다차원적 위기. 극단적 불평등과 환경 문제는 그 하나입니다. 그저 지금처럼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런 불평등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환경 문제 역시 더 악화될 것입니다. 모두에게 재앙적 결과일 뿐입니다. 세계를 개선할 방법을 성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회 변화는 나의 연구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의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의 노력이 선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비판하고 주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혁신과 조율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문제에 대한 실효적 해결책을 고안하고, 협력자를 모으고 변화의 동력도 유지해서 변화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연구자면서 시민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런 연유로 다른 동료 연구자와 협업할 필요를 느꼈고, 시민 사회 구성원과도 협업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우리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사회 전체 규모로 실천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기업가센터) 오늘의 현실에 대한 많은 비판이 이미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라는 새로운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Democratize work을 담고 있는 이번 선언이 기성의 비판, 분석과 어떤 면에서 차이점이 있는지요?

(Battilana) 우리가 제안한 기본 원칙, 예를 들어, 작업장을 민주화하고(democratize the workplace), 일을 탈상품화하며(decommodify work), 환경을 치유하는 것(remediate the environment), 그 자체로는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자본주의적 작업장에 대한 다양한 비판은 이미 존재합니다. 우리 선언의 차이점은 이미 제안된 개별 해결책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동시에 구체화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제안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의 핵심 주장은 앞서 언급한 개별 원칙들을 동시에 실천하여야 더 공정한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출간한 책에서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데), 우리는 다수의 실천 명제를 제안하였습니다. 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작업자에게 작업 지시 거부권을 부여하거나, 탈상품의 주요 수단으로 근로 보장권을 부여하거나, 환경치유의 주요 수단으로 새로운 환경 관련 법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 역시 중요한 이슈입니다. 임팩트 투자가 글자 그대로 실천되고 자본시장 전반의 변화에 기여한다면 우리 선언의 주요한 조력자가 될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재무적 가치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서 사회와 환경의 가치를 고려할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임팩트 투자자에게만 의존해서 이러한 변화를 도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도 환경을 바꾸고, 재무적 가치와 사회, 환경 가치라는 복합 지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기업가센터) Weber의 관료제가 기업의 토대라고 본다면, 관료제적 통제라는 효율성이 지배적인 곳에서 작업의 민주화라는 것이 정말 가능할지요?

(Battilana) 방금 언급하신 내용은 우리 선언을 실천할 때 언제나 직면하는 어려움입니다. 기성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내 연구에서 이미 다루었듯이, 실천의 어려움은 상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실천한 사례가 역사상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변화는 언제나 집단 행위의 결과물입니다. 바로 지금 운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본주의를 변화시키고 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려는 광범위한 운동 아래에 우리의 선언이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기업을 돌이켜 본다면, 기업 조직은 확실히 주주가치와 재무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모델로, 그러니까 재무적 목적 이외에도 사회, 환경적 목적과 같은 복합적 목적을 추구하는 모델로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복합적 목적으로의 이행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재무적 목표를 명시적으로 설정해서 관리해야 하고, 채용과정과 피고용인의 사회화를 세밀히 따져보아야 하고, 복합적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혼합형 조직문화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별 조직 수준의 변화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이 복합 목적을 추구할 동인이 있게 하는 제도 환경 역시 변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우리가 이 지구 위에서 버티어 내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결국 우리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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