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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읽기(2)
시장 읽기(2)
글 이경미 교수
일상 유지와 초전문가의 역할
많은 경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에 대한 벤치마크로써 2008년 금융위기를 듭니다. 그 영향력이 전 세계적이며, 주로 인컴 쇼크로 인한 경제적인 여파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비자들의 행동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두 사건을 비교하고,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 내려고 합니다.
먼저, 대중이 인식하는 위기의 원인에서 오늘의 위기와 금융 위기가 차이가 있습니다.
금융위기 경우, 경제시스템의 실패이고, 또한 기업경영자와 엘리트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지도층과 기존 질서에 대한 실패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는 언론을 비롯한 전문가집단과 기업인 등 제도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문가에 대한, 지적권위에 대한 불신은 2009년부터 더욱 확대된 소셜미디어의 부상과 맞물려 소비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말을 가장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 하는 것 보다는, 비슷한 주위 사람의 의견에 의존하는 확증편향의 경향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2016년 영국 옥스포드 사전위원회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즉, 반지성주의시대라는 별칭이 최근까지 우리 시대의 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After Corona라고 불리우는 코로나 위기 후 이러한 소비자의 이러한 정서의 방향은 전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인식하는 위기의 원인이 다르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코로나 위기의 원인은 바이러스입니다. 이에 따른 소비자 경험의 지배적인 정서는 분노보다는 근원적인 불안감과 통제감 상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소비자의 신뢰가 기존에 간과되었던 새로운 권위자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감정이나 이미지 중심의 소통을 했던 주체들과 대비되는, 객관적인 정보와 과학 기술의 권위자들이 그들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냈다고 발표한 김빛내리교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그리고 미국의 안소니 파우치 NIAID 소장 등입니다. 이들의 특징은 과학과 기술에 대해 그 사회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권위자라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어느 때 보다 정보의 옳고 그름에 민감해졌으며, 전문적 지식도 스스로 학습하려고 하는 동기가 높아졌습니다. 생존의 본질적 위험에 민감해짐에 따라, 자기 보호와 안전함이라는 실질적인 것에 대한 추구와 일상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하고자 하는 것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마음의 편안함, 일상회복입니다.
요약하면, 코로나 위기는 다음의 두 가지 큰 결과를 야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일상에 대한 재평가: 당연하던 것이 없었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결과가 되고, 일상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는 자원과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초 엘리트에 대한 신뢰 회복입니다. 그냥 전문가집단이 아닌, 그 집단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증폭될 것입니다.
소비자가 기업에 의존하는 일상 유지의 두 측면은 크게 소비자로써의 일상과 기업의 구성원으로서의 일상이 있습니다.
먼저 소비자 일상 – 소비생활 유지입니다. 최근 한 신문에서 자발적 격리의 영웅으로 의사와 택배기사가 있다는 말을 본적이 있습니다. 잘 갖춰진 택배망 등으로 소비자들의 안심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사재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아마존이 이제는 퍼블릭 유틸리티화가 되었다는 영국 가이언지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의 일상의 유지를 위해서는 가치체인의 맨 밑단인 안정적 판매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위기 시 더 나은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 전달하는 혁신이 어쩌면,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보다 현재 시장에서 더 요구하는 혁신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일자리 일상입니다. 구성원 보호 – 언제, 누가 일터에 올 수 있고 올 수 없는가에 대한 것, 즉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며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문제입니다. 구성원이 일터에 못 와도 연결성을 확보하는 방법, 사이버 보안 등이 그 예입니다. 이를 위해 유사시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잠재된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기업, 특별히 해외 각국에 지사가 있는 글로벌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기업이 explainer-in-chief의 역할을 하여 가장 불투명한 순간에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업무 연속계획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 운영지속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협력사나 소비자들에게는 큰 신뢰자산으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정보 중심이 이제는 효과적인 소통이 될 것입니다. 막연한, 동반자로써의 이미지 소구는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세번의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10개 분야 상위 25%에 속하는 미국기업 주가는 평균 6% 오른 반면, 하위 25%에 드는 기업의 주가는 44% 떨어졌다고 합니다. 즉, 위기를 통해 소수의 강력한 기업이 더 우위를 점한다는 것입니다. 초전문가 집단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처럼, 기업도 소수의 강력한 기업이 더 영향력을 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들과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로컬 우량기업에 대한 신뢰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재정투입, 내수 위축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시장의 소비자들의 일상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솔루션을 기업이 제공할 때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위상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업가센터) 기술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과 달리, 교수님의 글은 역설적으로 일상의 회복, 일상의 설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보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경험인가를 새삼 느끼기 때문에 교수님 글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비대면 서비스가 앞으로 소비 행위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일상의 회복 측면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대면 서비스가 일상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이경미) 비대면 서비스가 더욱 부상하는 것은 사람들의 비대면에 대한 개념이 기존의 편의성 + 안전함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이터치의 가치로 대표되는 대면 서비스는 감정적인 만족과 고유한 정보획득에서 유리했지만, 이러한 장점이 안전함 앞에서는 본질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도 사람들은 물리적인 안전함에 더 방점을 두게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비대면 서비스는 일상의 회복의 축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이와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로봇과 자동화에 대한 생각입니다. 기존에는 로봇의 인간의 대체에 대해 민감하여 대중의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봇과 자동화에 대한 견해도 인간의 안전을 위한 서비스로 바뀌어져 사람들간의 수용이 확산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기업가센터) 교수님 글에서 일상의 회복과 짝을 이루는 개념이 전문가의 복권입니다. 뛰어난 외모, 수려한 언변, 화려한 경력, 그리고 무슨 질문에도 답을 줄 것 같은 인플루언서(influencer) 그리고 인플루언서 마케팅과는 어떻게 구별지을 수 있을까요?
A (이경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의 핵심은 정보의 질 그 자체보다는 유사사회적 상호작용 (parasocial relationship)에서 비롯한 친밀감과 동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설득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동질화 identification의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는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입니다. 반면 전문가, 특히 그 중에서도 제가 언급한 초전문가의 부상은 정보의 질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성과 학습효과에 기인합니다. 초전문가의 객관성은 소비자들이 크게 의지하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이 초전문가로 인식될 때 따라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가이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들은 의지할 대상, 신뢰의 대상을 늘 찾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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