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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동문칼럼

더 이상의 회계 개혁은 없다 -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더 이상의 회계 개혁은 없다 -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5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 회계스캔달의 여파로 주기적 지정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제도의 도입 등이 포함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이 2017년 9월 국회를 통과하였다.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를 근절하기 위해 과거부터 논의되어 온 회계개혁 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어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판 '삭스법'(SOX, Sarbanes-Oxley Act)이라고 부른다. 20년전 미국은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로 인한 경영진의 전횡, 회계처리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성 부족, 감사인의 독립성 미흡을 엔론이나 월드콤 등 회계스캔달의 주요 원인으로 보았다. 삭스법을 제정하여 감사위원회 설치와 외부감사인 선임권한 부여, 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 등 당시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강력한 회계개혁 조치를 취하였다. 삭스법 시행 이후 미국은 일련의 회계개혁 제도를 중단없이 끝까지 시행해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회계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판 삭스법이 국회를 통과한 같은 해 10월, 금융위원회는 회계개혁 과제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회계업계 등 관계기관과 민간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회계개혁 TF'를 구성하고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정부, 기업, 회계업계는 이번이 국민이 부여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의 개혁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회계개혁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모두발언이다. 5년이 지났지만 이 모두발언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웅장해진다.

가장 먼저 회계분식이나 부실감사 발생시 회사/ 임원 및 담당자/ 감사인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 표준감사시간제도는 2019년에 시행되었다. 6+3 주기적 지정제(6년간 감사인 자유선임 후 3년간 감사인 지정)는 2020년에 시행되었다. 한번에 모두 지정을 하지 못해 200 여개로 나누어 시행하다 보니 아직도 주기적 지정을 받지 않은 상장기업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되었고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는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시행된다.

주기적 지정제는 시작한지 이제 막 3년이 지나 한창 진행 중이고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감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그런데 벌써 회계개혁이 회계투명성을 개선하는데 별로 효과가 없고 기업부담만 너무 크니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기업의 목소리가 사뭇 크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갈라파고스 제도라는 비판도 빠지지 않는다. 주기적 지정제를 없애고 대신 감리를 강화하고 벌칙을 더 엄격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표준감사시간 시행으로 감사시간이 평균 10~20% 증가하였다. 감사범위가 재무제표 뿐 아니라 내부회계관리제도까지 확대되면서 감사시간이 추가로 30~40% 더 증가하였다. 여기에 과거에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었던 감사보수가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서 기업의 비용부담이 2배나 증가했다. 게다가 부실감사에 대한 감사인의 법적책임이 강화되고 주기적 지정제로 인해 감사인의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회계감사가 훨씬 깐깐해져 기업들이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반면 회계투명성 개선은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들 입장이다.

 

 

감사인들은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야 비로소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절차를 수행하면서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

감사위원회 멤버들은 회계감사가 더 철저해 진 것은 바람직하다며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회사가 회계처리 자문을 받는 비용이나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는 비용 등 회계개혁에 따른 비용부담이 너무 큰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회계학회는 지난 2월 초 “회계개혁 평가 및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주기적 지정제 등 회계개혁으로 인해 감사품질이 향상되고 회계투명성이 개선되었다는 학술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다만 회계개혁의 효익과 비용을 분석하여 회계개혁 제도를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를 결론내리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니 제도를 한 바퀴 시행한 후에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지난 11월 금융감독원은 외국계IB, 국내연기금, 신용평가사 등 투자자와 정보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이들은 '주기적 지정제도가 해외에 없는 유니크한 제도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니크한 제도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보완하고 회계투명성 향상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해외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매우 중시한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제도를 변경하게 되면 잦은 제도변경으로 보고 이는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일관된 정책의 꾸준한 추진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미국 상장기업은 매 3년마다 사업보고서 감리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회계개혁 이전 감리주기가 20 ~ 40년이었는데 회계개혁 이후 감리제도가 개선되어 10년 정도로 주기가 단축되었다. 6년마다 시행되는 주기적 지정제는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긴 감리주기를 보완하는 중요한 투자자보호 수단이기도 하다. 회계개혁은 취약한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를 보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기업지배구조가 충분히 강해지고 다른 투자자 보호장치가 잘 마련되면 회계개혁 조치는 필요없어질 것이다.

미국은 엔론사태 이후 중단없는 회계개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강한 자본시장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대우조선해양 회계스캔달 이후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이고 '더 이상의 회계개혁은 없다'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회계개혁을 시작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마지막 회계개혁'을 성공시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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