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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의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며-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한국 금융의 글로벌 리더십을 기대하며-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가상자산1)은 그 편리함과 혁신성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다양한 규제적 도전과 법적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주요 에피소드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Financial Times에 따르면, 2024년 4월 30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전 최고경영자 창펑 자오가 적절한 자금세탁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4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창펑 자오는 지난 2023년 11월에는 관련 문제로 바이낸스 대표직을 사임하기로 미국 당국과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바이낸스는 테러단체 하마스와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하는 거래를 중단하지 않고 이란과 러시아의 제재 대상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위반행위로 43억 달러를 지불한 바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에 관련된 실제 사례는 Darknet 시장에서의 거래, 랜섬웨어 공격, 거래소 해킹 등 다양한 범주에 걸쳐 있다. 특히,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킹 공격을 당하여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갖는 가상자산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수 있다. 해커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금을 세탁하거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여러 해킹 사례가 있다. 빗썸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560억 원 상당의 해킹 피해를 봤으며, 업비트도 2019년 586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잃었다. 이 사건들은 가상자산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가상자산 거래소와 투자자 모두에게 철저한 보안 조치와 함께 강력한 AML 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자산 자금세탁에 대응하여 글로벌한 차원에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들이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를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엄격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여 개별 국가들도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불법적인 금융 활동을 탐지하고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제적인 협력과 정보공유를 통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가장자산 시장과 자금세탁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제 가상자산과 자금세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가상자산 자금세탁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라고 볼 수 있지만, 시각을 달리하여 진취적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에게 또 다른 형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기회는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인프라를 갖추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자금세탁 우려는 그간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만큼 가상자산 자금세탁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보안산업 등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기술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가상자산 등 국내외 디지털 혁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적 강점을 활용하여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과 같은 금융 범죄와의 싸움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고 글로벌 주도권도 가질 수 있다. 

또 다른 하나의 기회는 한국이 잠재력이 큰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분야에서 글로벌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을 선도하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고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금융은 이미 정해진 글로벌 틀과 룰을 따라가는 추종자(fast follower)로서의 역할을 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가상자산 자금세탁 분야는 다르다. 우리의 가상자산 관련 기술과 시장은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나아가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라는 규제의 틀 측면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 세터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 예로서,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2)을 운영하고, 트래블 룰3), 화이트리스트4) 제도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많은 국가에서 한국의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노력과 효과에 대해 묻고 배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AML)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규제 및 정책 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2024년 3월 일본 핀테크 위크에 초청을 받아 토론자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토론 사회자는 필자에게 K-pop처럼 K-핀테크, K-금융이 글로벌하게 성공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필자의 대답은 ‘Yes’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K-pop의 성공에는 끊임없는 한국인의 열정과 도전이 있었던 만큼 K-pop에서 보인 한국인의 열정과 도전이 K-금융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 첫 번째 성공의 장으로서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분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면서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능력을 겸비한 우리 젊은 세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응원하면서 힘을 보태고자 한다.

 

 

 

 

1) 201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통화 용어를 '가상자산(Virtual asset)'으로 통일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가상화폐, 암호화폐로 병기했던 데서 화폐가 아니라 자산임을 강조한 것이다.

2)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란 가상자산사업자가 일정한 금융기관과 서비스제공 계약을 체결하고 그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 한하여 입출금을 허용하는 제도

3) 트래블룰(Travel Rule, 자금이동 규칙)이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으로서 가상자산사업자는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의 신원정보를 기록/보관해야 함

4) 화이트리스트(Whitelist, 사전등록제도)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수취인의 계정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고객들이 이메일 주소 등으로 해외거래소의 지갑 주소가 자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함께 해당 지갑주소를 직접 등록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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