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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장(3)

우시장(3)

우리는 시장을 만든다(3)

관성적 교육이 관리자를 만들 때, 관성적 시장은 기업가를 만들어 냅니다.

기업가는, 창업가는 어떻게 시장을 만드는가? 창업 교육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문제는 창업을 하지 않은 자가 창업을 교육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서울에 가지 않은 사람이 서울 타령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물론 각자가 경험한 세계는 존재 가능한 세계의 극히 일부분이고, 과거의 성공은 미래에 재현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러한 문제를 일견 피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경험의 특수성을 강조할수록 아무나 창업을 강의하거나, 아무도 창업을 강의하지 못하게 됩니다.

창업을 가르칠 수가 있는 걸까요? 2013년도에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정규 학위 과정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육의 본질은 문제 풀이 방식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창업 교육의 본질은 새로운 차이를 정의하는 역량, 새로운 삶을 상상하는 역량에서 찾아야 합니다. 물론 여타의 인문 교육과 다르게 창업 교육은 특정의 방식으로 차이를 정의합니다. 바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역량이 그것입니다.

창업 교육과 경영학 교육의 차이를 강조하다 보면, 막상 그 차이에 걸맞은 교수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위 과학적 경영이야 생산 표준을 놓고 현장과 단절된 채 학습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관리론만큼 창업 과정도 표준적으로 학습 가능하다는 린스타트업의 입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 교육은 반복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의 전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구체적 일상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2013년으로 거슬로 올라가 봅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낸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글로벌 창업 동향의 특이점을 읽어내고, 그것을 반영하는 커리큘럼을 설계했습니다. 창업과 관련된 문제 풀이의 지금 이 순간, 일상적 방식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가 읽어낸 창업 동향은 다음의 세 가지였습니다. 실리콘 밸리로 대표되는 기술 창업, 임팩트 투자와 짝을 이루어 급성장하는 사회적 기업 창업, 그리고 IDEO 혹은 ReD Associates 등에서 원용되는 디자인 사고(현상학적 사고) 등입니다.

그다음으로 논의한 것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수자의 자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상으로서의 창업에 대한 이해를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적절한 교수자를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창업이란 것이 흔한 경험도 아니고, 실패가 일상적인 창업 과정에서 선택 편향(selection bias)에서 자유로운 경험을 얻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한, 즉 지금 이곳의 창업 생태계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현장의 실무자와 긴요한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비효율적 실패를 경험하는 삶이 있는 곳이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Skin in the game.

따라서 우리는 전체 커리큘럼의 마지막 단계를 현장 전문가에 의한 실습수업으로 구성하였다. 새로운 시장 만들기의 고민을 명시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성 시장에서 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회적 기업 창업이라는 과제로 실습수업을 구성하였습니다. Impact Square의 도현명 대표가 강의하는 창업론 실습 2가 이러한 교육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수업 편람에서 해당 교과목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개별 학생들이 10명의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고, 스스로가 기획한 사업 안으로,직접 창업활동을 일 년 동안 진행하고, 그 수익을 전액 지역의 비영리기관에 기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과는 학생들의 창업활동을 위해 최대 300만 원까지 창업 운용자금을 지원한다. 창업 활동이 전략, 인사, 회계, 재무, 마케팅, 생산 제반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은 종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게 된다."

경영학 교육과 창업 교육의 차이는 각자가 대상으로 하는 생산 시스템의 규모와 성과 위험, 두 가지 측면에서 그림 1과 같이 정리됩니다.

<그림 1>

창업 현상 고유의 위험 속성을 반영하여, 기업가 정신과 관련된 학술 연구는 창업 과정을 발견(discovery)과 구현(execution),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 연구는 경제 변화의 원천을 기업가라는 행위자를 중심으로 내생 변수화 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변화를 불어오는 시발점, 즉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과정이 고유의 연구 대상입니다. 발견의 문제입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구현하는 과정은 기성의 경영 활동과 크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기업가 정신의 연구와 통상의 경영학이 오인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의 연구에서는 발견과 구현의 동시성, 상보성을 강조합니다. 실무 영역에서는 린스타트업(lean startup) 혹은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이라는 창업 방법론으로, 학계에서는 실험(experimentation) 혹은 실행(effectuation)이라는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발견과 구현의 동시성은, 지속적인 자기 수정 과정, 그리고 최대화의 논리가 아닌 적절성(satisficing)의 논리를 따르는, 지금의 맥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실용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창업 교육을 발견과 구현의 동시성을 성찰하고 경험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연합 전공 벤처 경영학의 교과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발견의 과정은 (1) 일반 창업(벤처창업론), (2) 사회적 기업 창업(사회적 기업의 창업), (3) 기술 창업(기술 트렌드와 사업기회 분석) 그리고 (4) 디자인 사고(창조와 혁신)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구현의 과정에 대한 이해는 (1) 사업 모델의 설계(제품 기획론, 벤처 경영학 특강) 그리고 (2) 기술 창업 역량(벤처 창업 웹 프로그래밍) 등이 대표적입니다.

창업 교육은 ‘부자 되기’와 같은 도구적 행위를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은 시장이라고 불리는 공적 장소에서 새로운 삶의 형식을 상상하는 지극히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창업가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차이를 질문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교육의 성공을 가름합니다. 기성 시장의 경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상상하는, 실패의 삶을 감당하는 위험한 행위, 창업 교육이 이해한 기업가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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