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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법! 과연 이대로 좋은가?

상속세법! 과연 이대로 좋은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 국가의 기업은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이런 관점에서 요즘처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반도체 대란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서 수십 조 원의 지원금을 내세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을 비롯한 전 세계가 반도체 부족 때문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및 수출기여도 기준으로 한국경제에서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두말의 여지없이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과 혼신의 힘을 다한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제3자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지난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현재의 삼성전자를 만들기까지는 87년 이 회장 취임 이후부터 무려 3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삼성전자가 감내한 위험은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다. 심지어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당시 한국 재계에는 반도체 사업이 결국 삼성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예언들도 허다했다.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이 향년 78세로 타계하였다. 이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한국 기업의 상속세 제도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는다면 기존 상속제도 기준으로는 10조 원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과연 이런 천문학적 수치의 상속세가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일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먼저, 기존 상속세법으로는 창업 1세대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 해당 기업을 합법적으로 상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세계 500대 부자로 등극한 카카오 김범수 회장이나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창업한 회사들이 당대에 10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바라보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금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면 50%라는 최고세율이 책정되고, 최대 주주가 상속하는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서 20~30%까지 상속세가 할증된다. 따라서, 서정진 회장이나 김범수 회장의 자녀들이 상속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최소 50조 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둘째, 상속자산의 가치평가 문제가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이 회장이 천문학적인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회사를 계속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주식들은 현금화하기 매우 어려운 자산이다. 이 회장이 생존 당시에도 해당 주식을 매각하여 막대한 현금 자산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주식을 현금화하기 매우 용이한 일반 자산처럼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것은 주거용으로 1주택을 보유한 경우에 해당 주택의 시가가 아무리 상승해도 해당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실질적으로 증가하는 현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셋째, 상속자산에 대한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 국세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약 6만 명이 물려준 상속재산은 약 99조원정도며, 납부된 상속세는 약 17조 원이었다. 이 수치로는 평균 실효세율이 20% 미만이며 OECD 국가 평균 상속세율 26% 대비 낮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중요한 사안이 있다. 상속 자산은 고인이 생존하는 동안 이미 국가에 소득세를 납부한 이후의 소득이라는 점이다. 이 회장처럼 소득이 높은 경우에는 생존하는 동안 이미 전체 소득에서 45~55% 이상을 세금 및 기타 비용으로 국가에 납부했을 것이다. 따라서, 소득세를 납부한 이후의 상속 자산에 대해서 또다시 약 50~60%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와 경쟁하는 외국은 어떠할까? 우리와 인접한 중국에는 아예 상속세가 없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상속세가 없는 나라가 많다. 쿠팡이 상장을 추진하는 미국 역시 차등의결권 제도 때문에 상속에 따른 경영권 위협은 없다. 독일 역시 유족이 상속한 사업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경영하는 기간에는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굳이 삼성전자를 논하기 이전에 중견 및 중소기업마저 유족들이 경영권을 지킬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 국내 1위 종자기술기업 농우바이오, 밀폐 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 등 많은 기업들이 천문학적 상속세 때문에 해당 기업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였다.

규모에 상관없이 기업은 더이상 오너 일가만의 자산이 아니다.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은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국가적 자산이다. 이런 국가적 자산들을 최대한 잘 관리하여 지속 가능성을 높여서 후속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책임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현재 기업에 대한 상속세법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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