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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잘 먹고 잘 사는 법: 창업, 엑싯, 그리고 선택
좋은 사람과 잘 먹고 잘 사는 법: 창업, 엑싯, 그리고 선택
1. 현재 연구하고 계시는 내용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업가정신과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서 박사 과정에 진학하게 되었고, 지금은 '스핀아웃(spin-out)'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 박사 1학년이라 본격적인 실증 연구보다는 이 분야의 흐름을 따라가고,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스핀아웃이라는 건,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이 기존에 다니던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을 나와서, 거기서 다뤘던 기술이나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슷한 분야에서 창업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예전에 삼성에서 반도체 쪽 일을 했었는데, 거기서 다뤘던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창업을 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스핀아웃입니다.
사실 스핀아웃이랑 비슷하게 '스핀오프(spin-off)'라는 개념도 있는데요, 그건 보통 회사 내부의 사내 벤처처럼 모회사랑 지분 관계가 계속 연결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반면 스핀아웃은 완전히 독립해서 나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스핀아웃이 굉장히 일반적인 창업 방식이고,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사례가 늘고 있는 편입니다.
아직 진행 중인 연구이긴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껴지는 직관적인 감각을 데이터로 증명해 보려는 시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딱딱한 주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롭게 파고들고 있는 분야입니다.
2. 처음 창업 혹은 사업을 생각하셨던 계기와 주식회사 플랫가든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LH 같은 공기업을 준비하려고 했어요. 제가 속한 학번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공기업, 기술고시, 의학전문대학원, 대학원 진학 등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고, 저도 그 흐름 안에 있었던 거죠. 학점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는데, 마침 경영대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벤처경영 연합전공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2018년에 지원했습니다. 당시 지원률도 1:1이 안 될 정도로 낮아서 모두 합격했죠.
그런데 결정적인 계기는 1학기에 들었던 이영민 교수님의 ‘창업론실습’ 수업이었습니다. 그 수업에서는 팀별로 1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받고, 여기에 팀원들이 10만 원씩 추가로 부담해서 실제로 창업을 해보는 실습이었어요. 저는 원래 교육봉사를 거의 천 시간 가까이 했을 만큼 교육 평등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그때 ‘교육의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곳이 어딜까?’라는 고민 끝에 지방 학생들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서울이나 수도권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선배나 멘토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지방 학생들은 그런 기회조차 얻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지방에서도 매주 과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때 처음 대구를 가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25년 살다가 대구 수성구의 교육열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내려가서, 카페에서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받아 입시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주말마다 대구로 내려가 그룹 과외를 하면서 한 달에 500만 원씩 매출도 나왔고요. 지금 보면 작은 시도였지만, 저한테는 '0 to 1'의 시작이었고, 그때부터 창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두 번째 계기는 ‘스튜디오샤’라는 유튜브 채널을 창업해 본 경험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사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지를 몸소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온라인에서도 무언가 해보자고 생각했고, 마침 이영민 교수님의 ‘창업론실습 2’ 수업에서 유튜브 채널을 프로젝트로 창업해 봤습니다.
당시에는 ‘연고티비’처럼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이 나와서 공부법을 공유하는 채널만 있었는데, 저는 ‘서울대생이 말하는 공부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유튜브에 올인하면서 콘텐츠 제작부터 채널 운영까지 직접 경험해 봤고요. 지금은 유튜브가 누구나 활용하는 플랫폼이지만, 당시엔 막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어요. 그런 성장 산업 속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빠른 확장성과 가능성에 대해 체감하게 되었고, 그것이 스타트업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스타트업 창업이라기보다는 콘텐츠 비즈니스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꾸준히 성장하긴 했지만, 스케일업의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그때 마침 콴다 대표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고, NLP 기반의 입시 챗봇이라면 기술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유튜브를 운영하던 친구 류서환님, 그리고 교육 쪽 봉사단체하고 있던 홍유나 님, 소개받은 나일선 님, 과후배였던 양정모 님과 함께 2020년 1월에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고요. 다행히 스프링캠프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캠프파이어’에 선발되면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습니다.
3. 아이디어에서 사업 아이템으로 구현할 때 어려웠던 점 또는 수익화하는 데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사실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스타트업이 대중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조언을 구할 선배나 멘토도 주변에 거의 없었거든요. 뭐든 직접 부딪쳐가며 배워야 했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전까지 과대표나 대외활동 등을 하면서 하나 배운 게 있다면, ‘좋은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만 남는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창업 초기부터 가장 신경 쓴 건 함께하는 팀원이었습니다. 회사에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은 과감하게 정리했고, 팀원들의 의견을 항상 귀 기울여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여러 번 도전할 수 있고,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지는 거니까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힘든 순간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엑싯을 진행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주식회사 오누이에 합류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엑싯이라는 것은 사실 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아요. 저희도 아는 분의 소개로 연결이 되었고, 마침 오누이가 투자받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 더 어려웠던 건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함께해 준 팀원들이 있었고, 저희 서비스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더 해보자고 말해준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매각을 하게 되면 그 서비스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데다, 팀원들도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니 걱정이 많았어요.
그때 제가 가장 고민했던 건, 과연 지금 상태로 1년 뒤에도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1년 뒤에 실패한다면, 저희는 ‘망한 스타트업’의 전 대표, 전 직원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매각된 스타트업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고, 인수 기업에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갖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이런 생각을 팀원들과도 솔직하게 공유했고, 다행히 대부분의 팀원들이 함께 오누이에 합류해 주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한 사람들이었고, 그들과의 신뢰 덕분에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5. COO로써 스타트업에 합류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궁금합니다. 조직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가 오누이에 합류한 건 2022년 3월이었고, 그때 인원이 약 6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12월이 되니까 160명으로 늘어나 있더라고요. 말 그대로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인재를 채용했고, 저도 기사로만 보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라는 걸 처음 몸으로 겪어봤죠. 정말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세계예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급변 속에서도 내부 분위기는 꽤 평온했습니다. '태풍 속의 고요'라는 말이 딱 어울렸달까요. 그 시기에는 오히려 다들 행복해했던 것 같아요. 문제는 보통 그 시점이 아니라, 그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터지거든요.
실제로도 2023년 초에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전체 인원의 약 40%를 구조조정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임원진의 실수로 누군가를 내보낸다는 건, 저는 지금도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요.
그때부터 생긴 저만의 루틴이 하나 있는데, 지금도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꼭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처음 스타트업을 할 때는 조직 관리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워낙 소수 인원이고, 대표나 코파운더가 직접 1:1로 다 챙기면 되니까요. 그런데 조직이 20명을 넘어서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계속 1:1로 이야기만 하다 보면 일은 하나도 못 하고 하루가 끝나버려요. 그래서 이 시점에 반드시 조직의 척추를 세워야 합니다.
그 척추가 바로 미션, 비전, 전략입니다. 20명을 넘는다는 건 어느 정도 회사의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의미고, 이제는 전략적으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내용을 말로만 전달하거나, 너무 복잡하게 만들거나, 아예 안 하기도 하는데 사실 PPT 3~4장 정도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명확하고 현실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고, 처음이라고 거창하게 시작하려다 보면 오히려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전략을 기반으로 평가나 방향성을 잡고,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게 결국 조직관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6. 주식회사 플랫가든과 오누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플랫가든에서는 ‘학학이’라는 입시 Q&A 챗봇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고등학생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앱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수익은 광고 기반으로 간접 수취를 계획했지만, 입시 질문이 자주 발생하는 유형이 아니다 보니 MAU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반면 오누이의 ‘설탭’은 SKY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을 연결하는 비대면 과외 플랫폼으로, 과외비를 직접 수취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이후 펀딩까지 받고, 흑자구조를 갖췄습니다.
7. 현재 진행 중인 활동과 미래 계획, 비전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박사과정에서 창업 관련 연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비전은 단순하고 개인적인데요, 지인들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약 7년을 보내며 다양한 창업가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저는 창업가보다는 연구자에 더 맞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창업이라는 분야 안에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은 그 목표를 향해 연구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8.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빨리 알수록, 앞으로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쌓아야 할지, 어떤 포지션에 어울릴지를 훨씬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거든요.
저도 스타트업씬에서 7년 동안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현재는 제 인생의 목표나 방향성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배 여러분들도 너무 많은 계산이나 걱정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먼저 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창업도 해보고, 취업도 해보고, 일단 부딪혀보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이야기에는 벤처경영학 재학생 및 졸업생,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팀들을 인터뷰하고 청년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snustartup@snu.ac.kr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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