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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번째 이야기 『패러다임 대전환』
서른 번째 이야기 『패러다임 대전환』
1. 대전환시대의 생존전략
이번 달 CEO서평의 주제는 <대전환시대의 생존전략>이다. ‘변화’와 ‘전환’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구별해보자! ‘변화’는 중심질서는 유지된 채, 어떤 노력에 의해 다시 원상태로 ‘복귀 혹은 회복’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침체할 때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 경제가 회복된다. 길게 보면 산업혁명, 짧게 보면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격변과 사건들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인류는 성장해왔다. 이런 게 바로 변화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은 변화가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는 전환이다. 2023년 들어 세계은행과 IMF가 공히 경고하였듯이 2020년대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가계 부채 문제로 한국 경제의 일본형 장기 불황 돌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에 고도성장기의 전략 패러다임에서 저성장기에 적합한 전략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기업의 탐욕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소득 구조의 양극화 심화, 2020년대 초반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 등으로 인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국내외적으로 거세지면서 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 ESG 경영이 화두로 대두한 점도 한국 기업이 전략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더욱 높여 주고 있다.
저성장, 글로벌 초경쟁, 공급망 대전환,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인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혼란기를 맞으며, 한국 기업들은 ‘대전환시대의 생존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2. 패러다임 대전환의 필요성
대전환시대 생존 전략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송재용 교수의 [패러다임 대전환] (송재용 외 13명 지음, 자의누리, 2023.)이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다시 한번 강타하였다. 또 2020년대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지식기반 네트워크 경제 내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게임의 룰 내지 경쟁의 규칙 자체가 변화하고 있고 중국의 급속한 추격으로 인한 기존 산업에서의 글로벌 공급과잉과 초경쟁 현상도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모방과 점진적 개선 위주의 ‘빠른 추격자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전략 패러다임을 혁신 기반의 시장 선도자 전략으로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전략적 변곡점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래 환경에서의 경쟁우위는 창조적 퍼스트무버 전략에서 나오며 패스트 팔로워나 패스트세컨드는 생존마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치명적 경쟁력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신속하게 21세기 미래 환경이 요구하는 ‘상시 창조적 혁신’으로 전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수직적 위계질서를 탈피하여 창조적 혁신에 필수적인 수평적이고 다양성이 강조되는 조직으로 전환하고, 양적 규모성장 추구에서 벗어나 질적 시장주도권을 확보하며, 내부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네트워킹과 개방적 생태계 경쟁을 추진하여 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리경영으로 표현되던 치밀한 수직적 통제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신속하고 과감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발견하는 역동적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3. 글로벌 가치 사슬의 대격변
특히 송재용 교수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격변을 예상하고 대전환을 요구한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자유무역이 촉진되면서 선진국의 생산 거점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옮기는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세계 경제와 무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오프쇼어링이 대세를 이루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부상하여 G2의 반열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중국 중심의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은 1980년대 이후 40년 간 지속된 전세계적인 물가 안정 기조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오프쇼어링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국에 부품, 소재, 장비를 수출함으로써 이러한 트렌드의 주요 수혜자가 되었다. 하지만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근본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 내지 글로벌 공급망은 어떻게 진화할 것이며 한국 경제와 기업은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대격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① 포스트팬데믹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동인은?
*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되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되었다. 필자는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의 기점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 위기에 대한 반성과 대응을 위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reshoring Initiative)를 시작한 2010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바마의 뒤를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기치를 걸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본격화함으로써 중국 중심의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 구조가 흔들리게 되었다.
이에 더해 2020년 미증유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하였는데 팬데믹 초기에는 중국의 봉쇄로 인해 중국에 크게 의존해 온 마스크와 산소호흡기와 같은 방역 필수 물자마저 확보가 어려워져서 이러한 필수 물자의 생산은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하지 말고 자국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는 더욱 진전되어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에 글로벌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밖의 우방국을 중심으로 제 2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경제 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의 구축을 제안하였다.
뒤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된 바이든은 트럼프가 시작한 미중 패권전쟁을 보다 강력히 계승하면서 '경제 번영 네트워크' 의 이름을 변경하여 2022년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ndo-Pacificeconomicframework)' 를 출범시켰다.
* 미국 패권 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이 더욱 밀착하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정 부분 중국 쪽으로 다가갔던 유럽이 안보 위협으로 인해 다시 미국과 밀착하게 되면서 지난 40여 년 세계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중심의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은 이제 한계에 봉착하고 줄어들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과 지정학적/정치적 고려 필요성 증대, 스마트 팩토리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공장을 짓는 시장접근형 오프쇼어링, 우방국에 공장을 짓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멕시코나 동유럽과 같이 선진국과 인접한 저임금 국가에 공장을 짓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은 증가함으로써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대격변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의 동인과 양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도록 하자.
② 미중 패권전쟁의 심화와 중국 중심 오프쇼어링의 약화
* 하지만 중국의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면서 미국은 중국을 패권 경쟁국가로 재인식하여 견제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 GDP가 미국 GDP의 2/3을 넘어선 상황에서 중국은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핵심에는 300조원 이상을 투자하여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반도체 굴기가 있었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은 미국이 주도해 온 산업이었기에 '중국몽' 의 비전 하에 중국 제조 2025 정책과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것을 미국은 미국 주도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하이테크 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주요 타겟은 5G 통신장비 시장을 선도하고 있던 중국 최고의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였다. 뒤를 이어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최신 장비와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판매 등을 금지하면서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하였다.
전세계 반도체 장비 산업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 리서치와 같은 미국 기업들과 네덜란드 기업인 ASML, 일본 기업인 도쿄 엘렉트론이 주도하고 있었는데 미국 정부의 조치로 이 기업들은 최신 반도체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큰 타격을 가하였다.
*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로 인한 봉쇄, 인건비 급등 등 여러 부정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서방 세계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1' 또는 '차이나 플러스 2' 전략으로 전환하여 중국에 공장을 유지하더라도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인도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형태로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의 양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③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의 급증
* 이러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리쇼어링 인센티브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입어 2010년 10개에 불과했던 유턴 공장은 2021년 1844개로 급증하였다. 2018년에는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 창출의 55%를 담당하였고 2021년에는 유턴 공장이 신규 창출한 일자리만 26만개에 달하였다. 여기에 추가로 협력업체 공장에서 창출한 일자리와 공장 건설인력, 주변에 몰려 든 식당 등 서비스 업종에서 창출한 인력까지 모두 포함하면 리쇼어링의 고용 창출 기여 효과는 훨씬 더 커서, 2023년 1월 미국이 54년 만의 최저인 3.4%의 실업률을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④ 글로벌 가치사슬 대격변에 대응하려면?
* 원가절감형 오프쇼어링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확산과 선진국으로의 시장접근형 오프쇼어링 강화로 대변되는 오프쇼어링 거점의 다원화 전략은 다국적기업 관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가 효율성(efficiency) 최적화 전략에서 벗어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중시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맥킨지의 2020년 서베이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93%가 원가효율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글로벌 공급망 전략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맥킨지에 의하면 3.7년마다 한 달 이상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EBITDA의 30-50% 감소와 영구적 시장점유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팬데믹과 같은 돌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설사 원가가 더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별로 공장을 별도로 설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의 최대 수혜 국가는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인도와 함께 니어쇼어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멕시코와 동유럽 국가들이 되고 있다.
* 내수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 장기 저성장기에 크게 성공한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한 기업들이었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GNT기업과 코토식 경영을 채택한 중견, 중소 기업들도 적극적인 글로벌전략으로 저성장을 돌파하였다.
- 반면 내수 시장에 안주했던 일본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패턴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한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시장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등 외부 환경의 메가트렌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장선도자로 변신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글로벌 네트워크 상에서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연구개발 활동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으로 글로벌한 차원에서 개방적 혁신과 M&A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또한 국내외에서 글로벌 안목과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여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 기업에게는 오프쇼어링이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하기에 베트남, 인도 등을 새로운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 거점으로 적극 육성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주요 거점 시장에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여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인 선진국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4. 결론
* 세계화와 시장간 경계파괴, 기반기술의 혁신 가속화와 이질적 사업분야나 기술 분야 간 융복합화,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 포스트 팬데믹 상시 위기 상황 등 최근의 네 가지 환경변화는 우리가 지난 100년간 당연시해왔던 전략경영의 지식과 노하우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에서 이런 거대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 적이 있을까?
- 이런 절체절명의 패러다임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환경이 요구하는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뿐이다. 끊임없이 격변하는 환경이 요구하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우위를 신속하게 창출하는 ‘상시 혁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항상 혁신하라. 말은 쉽지,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의 체질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포스트 팬데믹 패러다임 변화 시기, 중요한 변곡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로를 찾고 싶을 때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 서진영(자의누리: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제공하는 ‘CEO서평’은 장애인표준사업장 서비스/제품으로 구독하시면 장애인고용부담금 감면과 장애인우선구매 산정 혜택이 있습니다. 02-3444-8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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