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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돌아가다: 이유재 명예교수 인터뷰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돌아가다: 이유재 명예교수 인터뷰

학생홍보대사 6기 박유현 (학사 20)

 

[근황 질문]

 

Q1. 교수님께서는 석좌 교수와 학장직을 역임하시고, 현재는 명예교수로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정년을 지나고 나니 오랫동안 빠르게 달려오던 걸음을 잠시 멈추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강의실과 캠퍼스의 풍경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경영대의 교정과 학생들의 눈빛이 지금도 제 안에서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요즘은 연구와 글쓰기를 통해 그 시간들을 되새기고 정리하는 일이 제게 가장 소중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지만, 배우려는 마음만큼은 예전과 마찬가지입니다.

 

Q2. 오랫동안 ‘고객’과 ‘서비스’를 연구해오셨는데, 최근 일상에서 ‘소비자’로서 새롭게 흥미를 느끼시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퇴임 이후에는 일상 속 작은 장면들에 더 마음이 갑니다. 카페에서 건네는 한마디 인사, 지하철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 안내 문구의 세심함 같은 장면들입니다. 경영대에서 수없이 강조해온 ‘고객 경험’이라는 말이 사실은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되는 요즘, 편리함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가 중요한 고민입니다. 경영대 동문 여러분도 각자의 현장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수님 연구 분야]

 

Q3. 과거 교수님께서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통계학/경영학을 전공하시고, 이후 미시간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전환점이나 계기는 무엇일까요?

스탠포드 시절 있었던 작은 일이 제 학문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분과 산책하던 중 제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경험입니다. 그때부터 ‘고객’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제게는 단지 소비자가 아니라, 내가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되었습니다. 경영대에서의 연구와 강의도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Q4. 학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마케팅’분야에 몸담아오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서비스 마케팅”, “고객 만족”, “브랜드 충성도” 등 교수님의 핵심 연구주제를 어떻게 선택하게 되셨을까요?

연구 주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기준은 ‘내가 오래 붙잡고 씨름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서비스 품질, 고객 가치, 만족과 충성도 같은 주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만나는 지점에서 연구가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그 마음이 기업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를 탐구하는 일은 제게 자연스럽게 그런 지점이 되었습니다.

 

Q5.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한국표준 서비스 품질 지수(KS-SQI), 공공고객만족 지수(PCSI), 서울 서비스 지수(Seoul Service Index)는 저에게는 정말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실제로 제도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간단하게 알고 싶고, 20년 이상 한국 서비스 산업의 표준이 된 것과 관련하여 교수님의 개인적인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KS-SQI는 우연한 자리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국표준협회 부회장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서비스 인프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다가 “그렇다면 측정 모형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매년 수많은 이용자의 평가를 통해 한국 서비스가 꾸준히 향상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서비스 품질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구가 실생활의 변화를 이끌고, 그 변화가 우리의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면 그보다 큰 보람은 없습니다. 경영대에서의 배움이 사회로 뻗어나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Q6. 인터뷰어인 저는 대학에 입학 후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왔었는데요. 어느덧 졸업 후에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름이 아닌 소비자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소비자를 먼저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를 공략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소비자란 무엇이며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볼 때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소비자는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나와 관계 맺는 모든 이가 고객입니다. 경영대에서 학생들에게도 늘 강조하던 내용입니다. 기업이 놓쳐서는 안 될 본질은 단순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신발을 벗고 고객의 신발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고객의 불편을 깊이 이해하는 태도야말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입니다. 이런 기본 원리는 어떤 산업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Q7. 최근 AI,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초개인화 기술 시대에서도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서비스 품질’과 ‘인간적 접점’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I와 빅데이터는 고객 경험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기술이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신뢰와 따뜻함은 알고리즘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동문 여러분의 현장에서도 느끼시겠지만, 기술이 일상을 채우는 시대일수록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서비스의 핵심이 됩니다. 의미 있는 서비스는 기술과 인간적 온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태어납니다.

 

[전망 및 조언]

 

Q8. 경영대학 학장직위를 맡으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셨던 부분은 무엇이며, 학생들에게 강조하셨던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제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살아 있는 지식이 흐르는 경영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지식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자주 말했습니다. “자만은 하지 말되 자신감을 가져라. 암기하는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을 익혀라. 혼자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되어라.” 경영대가 앞으로도 이러한 정신을 지켜가며, 동문 여러분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늘 바라는 마음입니다.

 

Q9.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앞으로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 관점으로 가장 시급하게 보완하거나 강화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는 단순한 고객 만족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주는 만족이 사회의 삶의 질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 고객을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고객의 시민행동을 촉진하고, 불량행동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이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Q10. 미래의 마케터, 혹은 경영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런 태도를 가져라”라고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째, 일상의 모든 장면에서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세요. 호기심은 경영학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고객처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내 시각을 잠시 내려놓을 때 비로소 고객의 세계가 보입니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시행착오 속에서 얻은 지식이 오래갑니다. 마지막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속도를 지키세요.

경영학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면 자신만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이는 동문 선배들이 모두 증명하고 계신 지혜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질문]

 

Q11.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오랜 여정을 걸어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삶을 관통하는 좌우명이나 신조가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정년을 지나며 다시금 깨닫게 된 문장이 있습니다. “삶의 황금기는 과거도 미래도 아니라 지금이다.” 각 시기에는 그 시기만의 기쁨과 깊이가 있고, 결국 빛나는 순간은 언제나 지금 이 자리였습니다. 또 하나의 신조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조화롭게 이어가라는 것입니다. 둘은 때로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어울릴 때 삶의 무늬가 만들어집니다. 흔들리고 실수하더라도 그 과정이 우리를 단단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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