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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코로나19와 주식시장: 숀씨 강연장 난동사건

코로나19와 주식시장: 숀씨 강연장 난동사건

글. 석승훈 교수

이 글은 얼마 전에 있었던 숀씨의 강연장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것이다. 강연의 주제는 코로나 사태 와중에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강연 중간에 소리를 치기 시작한 사람은 딸라씨였다. 딸라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아직 끝나려면 멀었는데 주가의 상승은 과도하다. 주식시장은 건전한 투자의 장이 아니라 투기판이 되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실적과 무관한 묻지마 투자로 인해 주가가 증가하게 되었다. 실적 가치와 괴리된 주가는 결국은 조정을 받게 될 것이며 지금의 투자자들은 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와 괴리되어 상승한 이유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있다. 실물 투자로 연결되지 못한 부동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옮겨감으로써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것이다.”

그러자 옆자리의 빠마씨는 이렇게 말했다.

“주가의 상승이 얼핏 비합리적으로 과열된 듯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유동성이 풀려서 주가가 오른 것은 맞지만 이는 내재가치와 괴리된 비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우선 정부의 유동성 공급은 기업 부도를 어느 정도 방어해 준다. 또한 기업의 수익이 비록 저하되었다고는 하지만, 주가는 수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주가는 미래의 수익을 할인율로 나눈 값이므로 할인율의 저하는 주가를 상승시킨다. 만약 할인율이 영이라면 수익이 매우 작더라도 이론상 주가는 무한대까지 가능하다. 기준금리가 영이고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간다면, 주가의 상승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숀씨는 이 둘의 발언에서 가벼움을 느꼈지만 차분하게 강연을 진행하였다. 오래전 동굴 속 죄수는 흔들리는 모닥불에 비치는 그림자를 사물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동굴 밖 태양 아래 사물의 모습을 보게 되어도 무엇이 진짜인지 가늠하긴 어려웠으리라.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금융자산 가격방정식은 사칙연산이나 미분방정식에 의존하지만, 금융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학은 기하학이다. 금융시장은 기하학 공간이고 이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을 떠다니는 벡터 사이의 거리이다. 투자란 주식과 주식 사이의 거리를 재거나, 기준금리와 채권금리 사이의 거리를 재며, 파생상품과 기초자산과의 거리를 재는 일이다.

숀씨가 빠마씨와 딸라씨를 가볍다고 생각한 것은 그들이 기하학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벡터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이 아니라, 태양으로부터 거리를 재려고 애쓴다. 빠마씨는 우리가 태양과 가깝게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딸라씨는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태양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 들 중요하지 않다. 왜곡된 허상들은 동굴 속 그림자처럼 기하학 공간 속에서 흔들린다. 허상 사이의 거리를 재기 위해 태양의 위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 금융시장은 같음과 다름을 주장하는 벡터들이 서로 간의 힘겨루기로 만들어 낸 거리에 의해 지배된다. 벡터 사이의 거리를 알기 위해서 태양과의 거리를 잰다면 그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미 세기말에 이데아의 세계는 허상의 세계에 자리를 내어주었건만, 처음부터 허상의 공간이었던 금융시장이 여전히 이데아를 고집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허상이 곧 이데아라는 것이 아니라, 이데아가 존재하지 않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금융시장은 더 이상 실물 가치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고도화된 자본주의하에서 금융시장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마침내 인류의 의식을 포로로 가둘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내재가치는 시장을 비추는 태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판옵티콘의 감시탑 속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감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감시자는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마찬가지로 내재가치의 본질이나 존재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끊임없이 시장을 감시하는 도구로서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재가치의 의미는 어떤 의례 속에서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수많은 가격방정식과 차트는 참인 명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춤을 추는 무녀의 춤사위이거나 또는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예언가의 부적일 것이다. 춤사위와 부적은 그 의례 안에서만 효험이 있을 뿐이다.

숀씨가 이렇게 말할 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소란을 피웠던 빠마씨와 딸라씨의 몸이 점점 가벼워져 공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치 누가 더 태양 가까이 올라가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두 사람은 더 높이 올라만 갔다.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어수선해진 분위기로 숀씨는 그렇게 강연을 마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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