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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 최초 석좌교수 임용, 이유재 교수를 만나다

경영대 최초 석좌교수 임용, 이유재 교수를 만나다



서울대학교 석좌교수는 전체 교수 2천여 명 중 1%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알고 있습니다. 올해 9월 경영대 최초로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되셔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현재 교내 14명의 석좌교수님 중 한 분으로 자리하시게 되신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쌓아온 연구 업적을 인정받은 셈이니 개인적으로 무척 기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영학이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주위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신 덕분입니다. 경영대에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아서 앞으로 줄지어 석좌교수가 나올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그 마중물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연구 및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임명하신 취지에 걸맞도록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책임 시간이 감면된 만큼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와 지식을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학술지 논문만이 아니라 칼럼, 심포지엄, 도서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영역은 고객가치경영으로 고객의 니즈를 어떤 식으로 파악하고 차별화하여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 속에도 다양한 연구 분야들이 있을 텐데 그중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마케팅, 서비스 품질 영역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마케팅은 ‘상품 가치를 높여 고객을 만족시키고 조직도 함께 성과를 내는 활동’입니다. 상품은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서비스, 아이디어, 조직, 자기 자신 등 무엇이든지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은 소비자만이 아니고 나와 관계를 맺는 모두가 고객입니다. 예컨대 취업을 하든, 동아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어필하든, 상대방에게 자기 가치를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활동이 마케팅입니다. 정말 매력적인 분야가 아닌가요?

저는 서비스 품질이 가져오는 성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합니다.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인하여 얻는 성과는 기업, 고객, 사회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업이 얻는 성과는 고객 충성도를 제공하여 기업 이익과 가치 증대라는 경제적 기여입니다. 고객 측면의 성과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웰빙을 증대하는 사회적 기여가 됩니다. 서비스 품질은 고객, 기업, 사회가 모두 win- win 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업에서도 직원들을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한국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은데요. 기업 차원에서 어떻게 이 풍토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직원 모두 중요합니다.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만 고객이 아니라 직원도 고객입니다.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외부 고객이고, 직원은 내부 고객입니다. 직원을 고객으로 보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즉,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일할 맛 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리츠 칼튼 호텔의 경우 “우리는 신사숙녀를 모시는 신사숙녀입니다(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라는 모토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듭니다. 직원이 고객에게 잘하길 원한다면 우선 직원에게 잘해야 합니다. 직원이 제대로 대우받아야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직원을 하인처럼 취급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희생양 서비스’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직원이 긍지를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화수분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한국서비스품질지수, 서울서비스지수, 공공기관만족지수 등을 개발하신 것으로 유명한데, 개발을 맡으신 배경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래전 한국표준협회 부회장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월드컵 준비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경기장 등 체육시설이 주로 얘기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서비스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방문객들이 공항부터 택시, 호텔, 식당 등을 이용하면서 한국을 재방문하고 싶고 주위에 추천하게 해야 한다고요. 좋은 생각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개선하려면 측정이 중요하니 서비스 품질 측정 모형 개발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를 2000년에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식탁에서의 작은 대화가 서비스품질모형 개발로 이어진 것입니다. 다른 지수들의 개발도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정말로 모든 만남이 새로운 자극의 원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교에서의 재직 기간을 되돌아봤을 때, 교수님께서 크게 성취한 것이 있으시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00년 개발한 KS-SQI가 23년간 조사를 계속하며 한국서비스산업 발전에 기여해온 것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87개 업종, 386개 기업의 이용자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서비스산업 KS-SQI 평균은 54.8점이었는데 올해는 75.1점으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KS-SQI가 20여 년 동안 잘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셈입니다.

얼마 전 대만, 불가리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온 외국학생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이 졸업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한국이 여러모로 편리하고 살기 좋다면서요. 대중교통, 인터넷 등 각종 서비스가 우수하다는 얘기를 해서 기뻤습니다. 여기에 KS-SQI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고 제가 일조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총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셨고 총 피인용 횟수는 67,000여 회에 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간의 논문 중에서 가장 각별하게 생각하시는 논문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고객 만족에 대한 개념적 논문이 애정이 갑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9개월 동안 연구했다가 포기했던 논문입니다. 그러다 몇 년 뒤 미국 마케팅학회에서 내는 책자에 한 챕터로 출간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학계는 실증 분석이 있는 학술지 논문만 연구업적으로 인정하고 이런 이론적 논문은 대우하지 않습니다. 저도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대박을 칩니다. 현재 4천 회 이상 인용되었고 제 이름을 학계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객 만족과 서비스 품질에 관해 연구를 계속하게 만든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당시는 9개월간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효자 논문이 되었어요. 그런가 하면 유명 학술지에 게재해 기뻐했던 논문은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고요. 정말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매번 최선은 다하되 평가는 하늘에게 맡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낭비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어디선가 빛을 발할 수 있으니까요. 

서비스 마케팅을 연구하신 입장에서 창업을 준비하거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서울대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고생’을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젊어서는 사서도 하라는 고생(苦生)은 아니구요. ‘고객처럼 생각하라’라는 의미입니다. 고객처럼 생각하려면 고객의 신발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재미있게 본 만화를 소개할게요. 한 사람이 신발을 신으려 애쓰는데 들어가지 않아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직원이 참다못해 한 마디 던집니다. “손님, 다른 신발을 신으려면 당신 신발은 벗어야 합니다.” 

누구나 두 마리 개(犬, 견)를 키우고 있어요. 편견(犬)과 선입견(犬). 편견과 선입견이 내가 신고 있는 신발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온전히 고객의 불편함 점(pain point)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세상을 봐야 합니다. 

후배 경영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세요. 교수가 전하는 것을 암기해 시험을 보기 위한 지식은 ‘죽은 지식’입니다. 시험 잘 본다고 현실과 인생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경영학은 실천의 학문입니다. 경영학에서 배운 것을 현실에 적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지식이나 원리를 암기하지만 말고, 생활에 적용해보는 습관을 만드세요. 더 나아가 관련된 새로운 분야를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키우세요. 이러한 습관과 능력이 사회에 나가서 실전에 임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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