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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교훈삼아 성공으로,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와의 만남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으로,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와의 만남

 

대표님의 학부 생활부터 현재 원티드랩 대표이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부보다는 과외활동에 더 관심있던 학생이었죠. 특히 학교 생활은 축구부 ‘아르마다’와 함께 했습니다. 팀이 발전하는 과정과 승리했을 때의 성취감이 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IT 쪽이 좀 궁금했어요. IT와 비즈니스가 어떻게 접목되는지가 궁금해서 MIS에서 석사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들어갈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사업에도 관심이 있었고, 다양한 산업들을 두루 경험하며 배울 수 있는 ‘컨설팅’도 매력적이었고 박사 공부를 계속해서 교수님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경영대 교수이시고 서울대 상대 선배이기도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죠. 

그렇게 세 가지 갈림길이 있었는데 교수님들을 찾아가서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될지 질문을 드렸어요. 그런데 “왜 세 가지라고 생각하냐,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하시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결국 내가 좀 더 배울 게 있겠다는 생각과 IT라는 산업을 좀 더 넓게 공부해보고 싶어 MIS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 JAVA 수업을 듣고, 시스템 디자인 수업도 배웠는데 아예 다른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아는 얘기들 말고, 코딩을 하고 개발자와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거니까 ‘이런 세계도 있구나’ 하면서 더 새로운 차원의 문이 열렸고 그게 지금도 저는 되게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석사 기간을 마치고 박사를 할까, 사업을 할까, 아니면 또 컨설팅을 할까 이제 다시 저의 기존 고민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석사 공부를 하고 나니까 진짜 비즈니스가 궁금하더라고요. 논문도 써보고 리서치도 해보니까 현실적인 문제를 푸는 것을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당시에 IT 쪽으로 컨설팅을 가장 활발하게 하던 '액센츄어 코리아'에 입사했죠. 거기서 굉장히 신나게 일했어요. 하고 싶었던 IT 분야의 신성장 전략 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고 6년 동안 많이 배웠거든요. 물론 9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일이 많았지만요. 토요일 하루 쉬고 근무했지만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경험으로 느껴졌어요. 성장감과 성취감은 물론이고 컨설팅이 저랑 잘 맞아서 승진을 꽤 그래도 빠르게 한 편이에요. 제가 들어갈 때 2008~9년 이때 금융위기여서 신입사원도 못 들어가고 인턴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3년 차에 부장 승진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6년 정도 지나고 나니 ‘세상에 진짜 많은 프로젝트와 문제들이 많고, 기업들이 돈을 주면서 이 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때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하나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퇴사를 했습니다. 

창업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것 같아요. 순간의 feel을 받아서 시작하는 거죠. 저는 초반 1년 동안 두 개의 사업을 말아먹었는데요. 이전에 모은 월급과 퇴직금을 합쳐 1억이 있었는데 시원하게 날렸습니다. 그리고 '이래서 사람들이 다 망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그제서야 실패의 원인을 꼽을 수 있겠더라고요. 이를 교훈 삼아 제대로 한번 창업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했고, ‘원티드’를 시작했습니다.

창업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사업 아이템 선정보다는 팀을 먼저 모았어요. 아이디어만으로 나 혼자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제가 못하는 개발, 디자인 등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냈어요. 예상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이상형 월드컵처럼 100개 넘는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해봤습니다. 시장의 매력도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직관적인 기준을 세워서요.

실제로 아이돌과 팬덤을 연결하는 SNS, 전기차 급속충전, 엄마를 위한 상품을 추천하는 전문 플랫폼 등의 아이템이 있었는데요. 팀 내 아이돌을 좋아해 본 사람이나 엄마가 없었으며, 전기차의 미래가 불분명해 모두 반려했죠. 그러다 지인 추천 채용 플랫폼을 생각해냈습니다. 누구든 지인을 추천하고 채용되면 둘 다 보상을 받는 시스템으로요. 운명이다 싶었죠.

 

 

원티드랩이 다른 채용 플랫폼들과 비교할 때 가지는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지난 20년 이상 채용 플랫폼 순위는 사실 광고비 순이었는데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친절한 했죠. 공채가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디지털 직군이 물망에 올랐고요. 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현 상황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티드는 채용당 과금을 하고 있어요.

원티드 플랫폼 내에서 사람이 뽑히면 모니터링 후 합격한 사람의 연봉의 7%를 기업에게 과금하고 이를 이용자와 합격자에게 50만 원씩 보상하는 모델이에요. 그러다 보니 합격이 가장 중요해지는 거예요. 합격과 채용 확률이 가장 높은, 매칭률이 가장 높은 포지션을 이용자마다 개인화해서 광고비와 상관없이 상단에 노출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더 적합한 기업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처음에 합격까지 걸리던 시간이 90일 정도였는데, AI를 통해 매칭 되는 시간이 27일까지 짧아졌어요.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사회적 비용이나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줄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헤드헌팅은 A라는 기업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은 후, 이용자를 매칭하고 그가 합격하면 헤드헌터만 돈을 받고 이용자에게는 이득이 없었어요. 기업도 헤드헌터의 역량에 좌지우지되었고요. 원티드는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람과 기업들 매칭 시켜주고 시간과 비용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300만 건 이상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AI가 키워드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 적합한 기업을 추천해주고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경영학과 수업이 있으시다면요?

20년도 더 된 얘기네요.(웃음) 박진수 교수님의 ‘시스템 설계 디자인’ 과목이 저에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어서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 외에도 김상훈 교수님의 ‘하이테크 마케팅’이라고 그 당시 핫했던 테크, IT쪽 마케팅에 대한 수업이 있었고요. 송재용 교수님의 국제경영도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를 학부 때 직접 discussion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조동성 교수님의 ‘디자인 경영’에서는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서 발표하는 게 이색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안태식 교수님의 관리회계도 기억에 남아요. 수업들을 돌이켜보면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이게 중요한지, 나중에 도움이 되긴 할까 싶은데 경험이 쌓이고 나면 해당 수업들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박원우 교수님의 조직행동론 꼭 들었으면 좋겠어요. 당시 인사관리는 흥미가 크게 없었는데요. 월급을  주는 입장이 되니 조직원 간 어떻게 시너지를 일으킬 건지, 동기부여는 어떻게 할지가 가장 고민이 되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나 대표님께서 창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던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다 똘똘한 친구들이잖아요. 주변에서 칭찬도 많이 듣고. 그러나 사업은 슈퍼맨이 되긴 힘들어요. 특히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는 말이 잘 통하는 사람보다 내가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랑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팀을 먼저 모으는게 꼭 좋다는 것은 아니고, 아이디어를 먼저 내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아이디어는 5% 정도를 차지하고, 실행 과정에서 변하는 것이많죠.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팀이 있느냐, 때와 장소를 잘 만나느냐 이렇게 절반씩이라고 봅니다. 때와 장소를 잘 찾는 건 우연한 기회에서 오더라고요. 한정된 역량에서는 힘들 수 있지만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기회와 시너지를 가지면 새로운 문이 계속 열릴 거예요. 운을 만들기 위해서 팀 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교 수업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커뮤니티 활동이든 동아리든 스터디든 세상 밖을 다양하게 경험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일 때는 실수가 용인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세요. 그게 나중에 커리어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동안 후회한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사실 거의 없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해봤거든요. 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전화해보고, 교수님께 찾아가보기도 하고, 기회가 있을 때 다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를 계속 새로운 기회에 노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같이 할 때 힘이 빠지는 사람이라면 점점 기회가 줄어들 테니 평판이 좋은 사람, 뭔가 일을 같이 할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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