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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일도 더 잘할까?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 일도 더 잘할까?


2022년 월드컵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전을 펼쳤지만 브라질에 패해 아깝게 16강전에서 탈락한 한국 팀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월드컵 기간 중 손흥민이나 조규성, 메시나 네이마르 등 경기에서 활약한 선수들만 각광을 받은 것이 아니다. 한국이나 외국을 막론하고 월드컵 등 중요한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동안에는 선수의 부인이나 여자 친구도 언론의 주목의 대상이 돼서 각종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WAGS(wives and girlfriends)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그렇다면 운동선수가 사랑에 빠진다면 운동을 더 잘할까? 운동과 사랑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놀랍게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다. 사랑에 빠지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결과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며 볼이 붉게 변한다.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신호다. 이 호르몬은 감정을 자극하여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과 동료들 사이의 유대감을 향상시키지만 동료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도 키운다. 즉 사랑에 빠져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단계에 있다면 축구 같은 단체 스포츠의 경우 팀워크의 증진과 상대 팀을 꼭 이겨야겠다는 정신력의 향상에 공헌하는 것이다. 또한 고통이나 피로도 쉽게 잊는다. 출산을 한 엄마가 막 태어난 아기를 보면서 고통을 잊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도 이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의 경우 사랑에 빠지면 기록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온다.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골프 선수 리디아고도 2022년 중반 결혼 계획을 발표한 후 성적이 수직 상승하여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랭킹 1위에 오른바 있다. 김시우 선수도 결혼하자마자 신혼여행 겸 출전한 하와이에서 열린 2023년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부인 오지현 선수도 2021년 중반 3년만에 KLPGA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김시우 선수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발표했었다는 점이다. 즉 결혼 발표와 결혼식 직후 부부가 각각 우승한 셈이다.


기혼자가 미혼자 보다 보수 더 받아….

그렇지만 호르몬이 분비되는 기간은 대략 교제 시작 후 6개월 이내다. 즉 6개월이 지나면 흥분상태는 가라앉는다. 눈에 한 꺼플 씌어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이다. 감성의 작용에 밀렸던 이성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서 상대방의 단점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 커플은 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하거나 헤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결혼 후에는 어떨까?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기혼자는 미혼자에 비해 대략 20~30%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 이를 결혼 프리미엄(marriage premium)이라고 부른다. 보수 뿐만 아니라 기업, 학교, 병원, 정부기관 등 다양한 조직에서의 성과평가나 승진 결과에서도 기혼자와 미혼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 기혼자들이 실제로 일을 더 잘해서일 수 있다. 결혼한 후 돌봐야 하는 가족이 생기기 때문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일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므로 직장일에도 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혼자들이 결혼해서 일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이 결혼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수 있다. 첫 번째 가설과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바뀐 내용이다. 필자가 가까운 미혼 제자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하면 ‘괜찮은 사람들은 이미 다 결혼을 해서 주변에 결혼할 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답변에 딱 어울리는 가설이다. 셋째, 직장에서 상급자들이 하위 직급자들을 평가할 때 기혼자가 더 유능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성과나 능력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편견 때문에 기혼자가 더 많은 보수를 받거나 빨리 승진할 수도 있다.

이 세 가설 중 무엇이 더 정확한 답인지 학술적으로 정확히 규명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 군인들의 성과평가와 승진 자료를 가지고 정교히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직급의 기혼자와 미혼자를 비교할 때 다른 요인을 통계적으로 통제한 후에도 기혼자의 성과평가 점수가 더 높고 승진도 빠랐다. 예를 들어 소위 시절 성과평가 점수가 비슷하여 중위 승진은 동일한 시점에 한 두 사람을 비교하면, 중위 시절에 결혼한 사람이 대위가 된 후 성과평가 점수가 높아졌고 소령 승진도 빨리했다. 마찬가지로 대위 시절 성과평가 점수가 비슷하고 대위 승진은 동일한 시점에 한 두 사람을 비교하면, 대위 시절 결혼한 사람이 미혼자 보다 상위 직급인 소령이 되면 성과평가 점수가 높아졌고 중령 승진도 빨리했다. 즉 결혼 이전에는 차이가 없다가 결혼 이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혼자에 대한 상급자의 편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급자가 주관적으로 평가를 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오히려 하급자라고 할 수 있는 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강의에 대해 평가한 점수도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높으며,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계산되는 대학교 교수의 연구업적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수익률도 차이가 난다. 즉 편견 때문에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편견의 영향이 크지는 않더라도 일부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 ‘행복한 직장’으로

또한 기혼자가 이혼, 별거, 또는 사별로 혼자가 됐을 때 과거보다 성과가 하락한다는 연구발견도 있다. 즉 결혼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이유 중 최소 일부는 실제로 기혼자가 결혼 후 일을 더 잘하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끝나면 성과가 하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혼자가 일을 더 잘하지는 않는다. 가정 불화가 생기면 업무 만족도나 성과가 떨어진다는 발견도 있다. 즉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야 업무 성과도 올라간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결혼 후 아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부족한 점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필자의 시야가 넓어져서 더 다양한 각도에서 업무나 사회생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 결과 필자의 업무성과가 향상되었다고 믿는다. 따라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기혼자의 평균수명도 미혼자 보다 대략 8년 정도 길다. 즉 기혼자들이 더 오래산다는 것이므로, 이는 결혼이 업무성과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과 무관한 연구에서도, 현재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업무 만족도나 성과가 나쁘다는 발견도 존재한다. 즉 결혼을 하든 하지않든 남들과 더 잘 어울리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기혼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흔히 워라벨이라고 이야기 하는)은 미혼자 보다 못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혼한 후 가족을 돌보느라 더 바쁘게 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발견을 어떻게 응용해야 할까? 기혼 직원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업무성과가 올라갈 것이다. 즉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원들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워라벨을 높이는 등으로 직원들의 결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 행복한 가정으로부터 행복한 직장으로 연결되어 애사심이나 업무 성과가 올라갈 것이다. 요즘은 미혼 또는 비혼주의자들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취미활동을 장려하거나, 멘토나 버디 등의 제도를 잘 운영해서 가족 같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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