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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교수칼럼

모든 백조가 검정색인 시대

모든 백조가 검정색인 시대

나심 탈레브(Nassim Taleb)는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이란 저서에서 ‘검은 백조’ 이론을 통해 2008년 미국 경제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 백조’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뜻한다.

최근 뉴욕 타임즈 기자 제프 소머스(Jeff Sommers)는 우리는 “모든 백조가 검정색인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빗대어 한 말이다.

요즘같이 환경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일까?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한다.

 

 

첫째, 지난 반세기 기업을 지배한 경영 철학은 ‘계획-실행-점검(Plan-Do-See)’ 원칙이었다.
주어진 환경과 자사 역량을 철저히 평가해 사전에 최적의 전략을 계획하고, 계획한 데로 이를 실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이런 경영 철학을 의도적 전략이라 불렀다. 그는 의도적 전략은 환경이 안정적인 경우에 적절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환경 변화가 빈번하고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자신이 가정한 환경에 기반한 전략은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대안으로 그는 ‘우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을 제안한다. 우발적 전략은 전체 동선을 사전에 계획하지 않고 매순간 실험을 통해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우발적 전략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대부분의 개미 집단은 일년에 한 번 정도 자신의 거주지를 다른 장소로 이전한다고 한다. 개미가 이주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 새로운 거주지는 찾는 개미의 방법은 매우 흥미롭다.

먼저 소수의 탐색 개미들이 이주 후보지를 찾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길을 떠난다고 한다. 각 탐색 개미들은 자신이 선정한 후보지 정보를 갖고 집으로 돌아가, 다른 개미들에게 자신이 찾은 새로운 거주지를 소개하고 설득한다. 우리의 선거 유세와 비슷한 방식이다. 몇 마리 개미들을 설득하면,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후보지를 방문한다. 동행한 개미들 중 일부는 후보지로 적당하다고 하고, 다른 개미들은 부적절하다고 말할 것이다. 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후보지로 적당하다는 생각하는 개미 집단은 다른 개미들에게 다시 후보지를 알리고 설득한다. 이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해 설득이 된 개미의 수가 일정 수를 넘어서면, 새 거주지로 전체 개미가 이전을 한다고 한다.

새로운 개미 거주지를 찾는 일은 사전에 치밀하게 수립된 계획이 없다. 지위가 높은 개미로부터의 어떤 명령이나 지시도 없다. 개미는 우발적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매우 민주적인 방법으로, 수십 차례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전략이 완성돼 가는 것이다.

둘째, 변화가 극심한 시대일수록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을 제고하는 것이 좋다.
변화가 별로 없는 환경이라면 회사에서 정한 기업 문화에 부합되는 종업원들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정한 복장 규정이나 출퇴근 시간이 그 예다. 그래야 관리가 편하다. 하지만 환경 변화가 극심하다면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고 유연한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인재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이 기르는 농작물과 잡초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야생의 벼는 벼마다 꽃이 피고 쌀이 여무는 시점이 모두 다르다. 인간이 벼를 재배하면서 작물 개량을 통해 개화 및 수확 시기를 같게 만든 것이라 한다. 즉 작물 개량을 통해 우리는 벼의 유전적 다양성을 제거한 것이다. 그래야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연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되면서 야생 벼는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다양성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야생의 벼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었다면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이를 자연의 보험정책이라 부른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 환경에서 살아 남기 위해 종은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하게 된 것이란 말이다.

셋째, 변화가 극심한 시대라면 하나의 사업이나 전략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항상 플랜 B를 준비하라는 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회사 자원의 일부를 따로 떼어 미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예컨대, 구글은 전세계 검색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챗GPT와 같은 환경 변화로 검색 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무인 자동차를 연구하는 웨이모(Waymo),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딥마인드(DeepMind), 드론 배달 회사 윙(Wing), 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칼리코(Calico), 로봇공학 회사 엑스(X), 생명공학 회사 베릴리(Verily) 등이 구글의 플랜 B들이다.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what to play)’ 그리고 주어진 산업에서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지(how to play)’ 이 두가지 과제 중 무엇이 더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해 경영학자들 간 논쟁이 있다.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경영자는 자신이 하는 산업에서 세계 1위가 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반면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큰 변화가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가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어떻게’를 찾은 기업은 백 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극심한 변화의 시기에는 ‘무엇’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한 산업내 모든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현재의 사업 전략을 강화하기보다 미래 자신을 먹여 살릴 플랜 B를 탐색하는 편이 더 현명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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