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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기업 경쟁력: 슬기로운 조세전략

세금과 기업 경쟁력: 슬기로운 조세전략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의 자리를 탈환했다. MS와 애플로 대표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뛰어난 기술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공격적인 조세전략을 이용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작년 10월 미국 국세청은 MS에게 289억 달러(39조원)의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이 금액은 MS2016LinkedIn을 인수한 금액인 262억 달러보다도 크며, MS2004년 이후 미국에 납부한 총 세금(670억 달러)40%에 달하는 금액이다. MS는 어떻게 오랫동안 거액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2000년대 초로 돌아가 보자. 이때는 MS의 대표 제품인 WindowOffice의 소프트웨어가 CD에 담겨 판매되던 시절이다. 당시 MS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푸에르토리코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공장은 소프트웨어를 CD로 굽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전 직원이 85명이었다. 2003MS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미국 MS 본사가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던 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지적재산권을 160억 달러에 이 공장에 매각한 것이다. 그 이후 미국 MS 본사는 지적재산권의 사용 대가로 매년 거액의 돈을 푸에르토리코 자회사에 지급했다. 탐사보도 매체인 ProPublica에 따르면, 미국 MS본사가 푸에르토리코 자회사에 지급한 순 금액은 390억 달러에 이른다.

MS가 이러한 거래구조를 설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미국 MS 본사가 푸에르토리코 자회사에 지급한 비용만큼 미국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대신 푸에르토리코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즉,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로 소득이 이전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법인세율은 35%였고, 푸에르토리코 정부가 MS에게 부과한 법인세율은 0%에 가까웠다. 즉, 1달러의 소득을 미국에서 푸에르토리코로 이전하면 0.35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구조이다. 미국 국세청의 세금부과 결정에 대해, MS는 즉시 항소할 것임을 발표했다. 통계에 의하면 이렇게 항소를 담당하는 부서로 사건이 이전되면 평균 80% 정도의 세금이 감액된다고 한다. 따라서 MS가 최종적으로 부담하게 될 세금은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저 세율 국가(. 아일랜드)에 위치한 해외자회사에 지적재산권을 이전하고 사용대가(로열티)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방법을 통해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실제로 매우 흔하게 사용된다. MS뿐 아니라 수많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해외자회사와의 거래가격, 즉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을 조정하는 조세전략을 수십 년간 활용하였다. 지적재산권 등의 무형자산이 이러한 거래에 흔히 이용된다. 최근 기업활동에서 무형자산의 가치와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으며, 무형자산의 이전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어려워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도 아일랜드에 위치한 자회사에 지적재산권을 이전하고 이를 통해 소득을 이전하여 막대한 금액의 세금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6년부터 애플은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 애플에게 부과된 세금은 131억 유로에 이른다

MS와 애플의 사례에서와 같이, 과도한 소득이전을 통한 조세회피는 여러 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었다. 다국적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그 나라에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에는 130여 개 국가가 15%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다국적기업에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가 공조를 통해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의 과도한 조세회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기업의 조세전략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금은 기업의 중요한 비용 항목인데, 경쟁자에 비해 세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그 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 AB가 있고, 이들의 세전 영업성과가 비슷하다고 하자. 이때 A가 세전이익의 30%만큼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B10%만큼을 세금으로 납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BA보다 시장에서 우위에 서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B는 세금절감을 통해 얻은 추가적인 자원을 이용하여 투자를 늘려 제품을 개선하거나 신제품을 내놓을 수도 있고,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또는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낮추어 왔고, 일부 기업들은 조세전략을 통해 세금을 덜 부담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이러한 조세전략의 영향이 적지 않다. 굳이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한 나라 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 세금과 기업의 경쟁력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조세전략의 기회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이외에 확실한 것은 없다.”라고 하였다. 즉, 누구도 세금을 피해갈 수는 없다. 다만, 일부는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고, 이들은 이를 발판으로 시장에서 한발 더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모두가 세금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다. MS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세전략에는 위험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조세전략은 그 효익과 비용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과도하게 공격적인 조세전략은 큰 비난을 받을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세전략의 목표는 기업의 거래에서 세금과 관련한 영향을 사전적으로 파악하고 최적의 거래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자회사의 위치, 조직구조, 경영자보상, 자본구조, M&A 구조 등 기업이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에 “세금”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때 세금의 영향을 고려하여 최적의 거래구조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하는 슬기로운 조세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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