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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학문적 여정: 민승기 교수님과의 인터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학문적 여정: 민승기 교수님과의 인터뷰

 

학문적 여정과 연구 철학

 

Q 전기공학을 전공하시다가 경영학으로 전향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산업기능요원으로 금융 분야 IT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한 뒤, 퀀트 개발자로 약 3년간 일했습니다. 특히 퀀트 개발자로서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략을 개발하며, 실시간으로 금융 데이터를 처리하고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프로그래밍을 수행했습니다. 일 자체도 즐거웠지만, 이러한 의사결정의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기공학의 제어이론 분야로 유학을 고려했으나, 준비 과정 중 경영학 내의 Operations Research 분야에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관한 학문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완전히 매료되어 경영대학으로의 박사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급격히 바꾼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박사 과정에서의 지도 교수님들 또한 전기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이고, 제가 수행하는 연구들에서도 정보이론이나 제어이론 등 전기공학에 뿌리를 둔 방법론들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Q 연구자로서 운영관리 분야에서 가장 흥미롭거나 도전적인 질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질문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모델은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입니다. 최근 수년간 기계학습/인공지능 기법들이 놀랍도록 발전하였고, 매우 복잡하고 비정형화되어 있는 예측/생성 과제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영관리 분야에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과 예측이나 생성 자체보다는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신의 예측/생성 기법들을 의사결정에 활용하여 전통적인 모델에 기반한 의사결정 대비 더 나은 성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보다 근본적으로 예측/생성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과 의사결정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 고찰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수집 과정 자체도 의사결정 과정의 일부인 경우, 혹은 예측/생성 모델의 성능 지표와 의사결정 모델의 성능 지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이러한 괴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간극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방법론을 개선해야 하는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실무 경험(퀀트 개발자)과 학문 연구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두 영역의 차이점과 시너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실무에서는 이윤을 추구하며 실제로 작동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학문에서는 진리를 추구하며 이해와 통찰을 빚어내야 합니다. 업계와 학계가 추구하는 가치와 동작하는 방식은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는 허무맹랑하고, 원리가 결여된 실무는 주먹구구 방식이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워야 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무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과연 내 연구는 현실성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현업에서는 요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반대로 실무를 하다 보면 연구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 더 최신의 방법론이 있을까? 이론과 실제는 공생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시너지 측면에서, 경영대학에서는 실무자와 학자가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실무자분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주요 연구 주제 및 산업 응용

 

Q 교수님께서 중점적으로 연구하시는 "순차적 의사결정"과 "밴딧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응용될 수 있나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알고리즘들에 대하여 연구합니다. 관심 갖는 응용 분야로써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온라인 광고 및 상품 추천, 고객 선호 능동 학습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추어 대량의 주문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 고객의 인적 정보 및 과거 활동 내역을 기반으로 어떤 상품을 추천할 것인지, 고객의 선호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질의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들을 개발하고 분석합니다.
오늘날 많은 서비스 산업들이 온라인상에서 전산화되어 이루어지고 있기에, 알고리즘에 기반한 순차적 의사결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밴딧’은 데이터 수집과 모델 학습에 보다 중점을 두는 순차적 의사결정 분야를 말하는데요, 새로운 상품 혹은 새로운 고객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실험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상품 혹은 고객에 대해 파악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 수십 회짜리 영상을 추천받으신다면, 밴딧 알고리즘이 동작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고객 선호 학습이나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갖는 한계나 주의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초를 치는 얘기이겠지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도입한다고 해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사람이 생각해내기 힘든 ‘신의 한 수’와 같은 의사결정을 내려주지는 않을 거예요. 의사결정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제반 비용을 낮추고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게 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균일한 품질로 대량의 판단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어도, 개별적인 의사결정의 퀄리티가 인간 전문가의 세심한 판단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략도 또한 마이크로초 단위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 뛰어난 인간 트레이더보다 시장 흐름을 더 잘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수년 후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연구에서 인상 깊었던 성과나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론 쪽 연구를 많이 해서 여러분들께 와닿는 성과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최근의 연구 성과는 ‘비정상성 밴딧 문제의 난이도는 그 환경의 엔트로피 비율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인데요, 이를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조금 가벼운 주제로는, 학부생분들과 함께 진행했던 연구에서 강화학습으로 ‘윷놀이’ 최적 전략을 개발하고 분석해보았는데요, 선공이 0.1% 수준으로 아주 근소하게 유리하다는 점, 대략적으로 현재 내가 이길 확률 = 50% + (골인한 나의 말의 개수 - 골인한 상대방 말의 개수) × 10%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늘날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법과 의사결정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도전할 계획입니다.

 

 

교육 철학과 수업 경험

 

Q 운영관리,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목을 강의해 오시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교육 목표는 무엇인가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상에 훌륭한 강의 자료들도 많고, ChatGPT와 같은 편리한 학습 도구가 있는 요즘 시대에 대학교육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급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얼굴을 마주 보고 상호작용하면서 수업 중에 직접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만,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처음 보는 문제를 접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사고 과정을 펼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습니다.

 

 

진로 조언 및 커리어 성찰

 

Q. 교수님께서는 공학, 금융 실무, 그리고 학문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를 모두 경험하셨는데, 이런 다양한 배경이 학생들에게 왜 중요한지 혹은 어떤 관점의 확장을 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

 

개인적인 사례라고 생각하기에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알고리즘/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컴퓨터과학, 전기공학, 금융공학이 결합된 비교적 독창적인 저만의 관점을 갖추게 된 듯합니다. 단순히 경험의 종류 개수가 많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비슷한 문제를 다양한 환경에서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고민해 보았다는 점이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Q 학부 시절 혹은 박사과정에서 ‘이건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경험이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업계 경험을 해봤다는 것일 텐데요, 이러한 경험이 연구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취업이나 창업에 대한 환상이나 미련이 남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박사 과정 중 취업이나 창업 시장에 기웃거리느라 연구에 온전히 매진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데이터 사이언스, AI, 금융, 운영관리 등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 학생들이 어떻게 진로를 설계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신다면?

 

정답이 없는 시대입니다. 상투적이지만, 많이 도전하시고 많이 실패하시고 많이 성장하세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남긴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라는 글귀를 좋아합니다. 비록 합리적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진로 선택이나 결혼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합리성을 들이대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재지 말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그리고 열심히 사세요. 삶의 궤적에 자신만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고,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Q 교수님처럼 산업과 학계를 모두 경험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 시대에 두 영역을 모두 경험해보는 것은 권장드릴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를 도피와 자기 합리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하다 보면 학교가 그리워지고, 공부하다 보면 회사가 그리워지더군요. 너무 잴 것도 아니지만, 환상을 쫓을 일도 아닙니다.

 

 

개인적인 가치관과 비전

 

Q 교수님께서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시며 스스로 지켜온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거창한 철학이나 원칙은 없습니다. 내가 재미있는 연구, 내가 재미있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면 원칙일 것 같습니다. 내가 재미있어야 남들도 재미있어 한다는 믿음으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Q 바쁜 일정 속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하거나 리프레시하시는 나름의 방식이 있으신가요?
저도 스트레스 관리나 시간 관리에 있어서 미숙함을 많이 느낍니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요즘 제게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 같습니다. 연구하다가 막힐 때는 산책이 최고인 듯하고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학문적 비전이나 사회적 기여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제가 속한 학문 분야인 Operations Research 분야의 정체성을 공고히 정립하고 싶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경영대학의 일원으로서, 이공계 배경 지식이 없는 학부생 혹은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적이고 기술적인 방법론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강의, 강연, 저술, 팟캐스트 등과 같은 활동으로 경영대학이 시대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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