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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로부터 받은 도움을 후배에게 나누며 다함께 성장하다: 김상형 대표이사가 전하는 경영과 커리어 철학
글. 학생홍보대사 이민영(학사 21)

0. 회사 소개
1. 먼저, 엄지식품과 대표이사님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엄지식품은 1989년에 설립된 냉동 HMR 전문 제조기업으로, CJ제일제당·풀무원·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B2B 냉동식품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회사입니다. 기존에는 오너 체제로 운영되다가, 경영학과 89학번 김수민 선배님께서 이끌고 계신 UCK파트너스가 2022년 초에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멘토로 모셔온 김수민 선배님의 추천으로 엄지식품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2023년 12월 부사장으로 합류하였습니다. 이후 회사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2024년 2월부터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 제약, 음료, IT,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경력을 쌓아왔지만,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운영하는 음료·디저트 전문기업 흥국에프엔비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오늘날 엄지식품을 경영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엄지식품의 핵심 사업 영역과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요?
엄지식품은 냉동만두, 냉동볶음밥, 냉동주먹밥 등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코스트코에서 ‘suji’s 닭가슴살’로 잘 알려진 ㈜수지스퀴진을 합병하며 육가공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밥·만두·육가공 제품을 결합한 냉동 도시락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연 매출 1,500억원대의 종합 냉동 HMR 전문 제조업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엄지식품은 약 2,300여 종의 SKU와 340여 개의 거래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공정 관리와 영업 관리의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그 만큼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강점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 제품이나 거래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 외부 환경 변화나 경기 변동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1. 경영 철학과 리더십
3. 대표이사님께서 기업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아직 대표로서의 경험이 길지는 않지만, 경영 철학은 회사의 규모와 사업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지식품을 이끌면서 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의사결정 방식에서의 주인의식과 타이밍입니다. 첫 직장생활 때부터 늘 “내가 오너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관점에서 일을 해왔고, 지금은 사모펀드로부터 회사경영을 위임받아 경영하면서 주주의 시각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변화 속도가 빠른 식품업계, 그 중에서도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서는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4. 의사결정 속도와 시기가 중요한데, 특히 엄지식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유지하고 계신가요?
사내 팀장 몇 분이 저를 ‘1초 경영자’라고 부를 정도로, 저는 스피드 경영을 중시합니다. 엄지식품은 2,000개가 넘는 SKU와 3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어 하루에도 5~6건 이상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제가 결정을 미루면 직원들의 업무도 지연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 절차는 최소화하고, 그룹웨어를 통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즉시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또한 직원들의 성향과 강점을 세심히 관찰하여 그에 맞는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시간이 날때마다 직원들과 면담도 자주하고, 그 특징들을 관찰하여 기록해두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빠른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5. 조직 문화를 설계할 때 ‘사람 중심’과 ‘성과 중심’의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조직의 규모와 업종의 특성에 따라 균형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지식품은 거래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실적 변동이 잦고, 경기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성과가 곧바로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영업에서 개발, 생산, 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수많은 직원들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특성상 저는 단순한 수치나 상대평가보다는 협업과 동료 기여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사람 중심의 평가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좋은 사람을 선발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곧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6. 좋은 사람을 선발하고 조직에 맞는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인가요?
엄지식품은 매출 약 1,500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세 곳의 공장이 모두 전북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다수의 거래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만큼 업무 난이도가 높고, 공장과 영업 현장 특성상 육체적 피로도 또한 상당합니다.
따라서 조직 적합성 측면에서는 단순히 학력이나 배경보다는, 매일 새로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할 수 있는 체력과 멘탈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 특히 수많은 SKU생산과 다양한 거래처의 대응을 위해서는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잦은 이직보다는 묵묵히 성실하게 일하며 장기적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합니다.

2. 커리어 선택과 성장 전략
7.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이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저에게 가장 큰 전환점은 입학식 날 가입했던 경영대 테니스 동아리 TNT였습니다. 사실 논술과 면접시험 치기 전, 친구를 따라 TNT동방에 놀러 갔다가 “합격하면 꼭 가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TNT는 신입생뿐 아니라 막 졸업한 OB 선배들의 후원과 교류가 활발하여 분위기가 매우 역동적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신입생으로는 졸업한 선배들을 가장 많이 연락하고 따라다니며 술과 밥을 얻은 먹은 후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곳에서 좋은 선후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인생의 은사이신 곽수근 교수님(당시 TNT 지도교수님)을 뵐 수 있었던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금도 교수님은 저의 든든한 멘토로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TNT 가입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8. TNT에서의 경험이 대표이사님의 네트워킹과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무엇보다도 테니스를 함께 치며 땀 흘리고, 술도 한잔 하며 각종 대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선후배들과 끈끈한 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솔선수범하는 동기와 후배들을 보며, 어떤 사람이 진정성 있고 ‘Giver’인지를 분별하는 눈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첫 직장에서부터 이후 커리어 전환과 이직에 이르기까지, 지도교수님을 비롯해 선후배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이러한 인연과 지원은 제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으며, 만약 이런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 네트워크만큼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은 없다고 생각하며, 후배들에게는 다른 네트워크를 쌓기 전에 먼저 가까운 동기들과의 관계를 깊게 다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동아리를 통해 10년 이상 연상의 선배님들부터 10년 후배들까지 두루 교류하며 제 인간관계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사회 초년기에는 선배님들께서 저를 이끌어주셨다면, 이제 40대 후반에 접어든 저는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때로는 후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위로 20년, 아래로 20년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선후배들의 연결고리로서 만남을 주선하며 네트워킹의 선순환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저는 도움을 받았던 만큼 그 은혜를 오래도록 나누고 갚아가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마음가짐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선후배간의 네트워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9. 후배들에게 ‘Giver’가 되라고 강조하시는데, 실제 경험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사례를 들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흥국에프엔비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스타트업을 통해 마케팅을 배우자는 취지로 대표님과 함께 식품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몇몇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생산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그중 일부는 현재 기업가치 1,000억 원대의 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특히 ‘이그니스’라는 식품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여, 현재 엄지식품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TNT후배(경영 07학번) 이형진 대표가 창업한 ‘마이노멀’은 사업 초기부터 도왔는데, 지금은 한국의 저당 식품계를 이끌고 있는 강소기업이 되었고 최근에 엄지식품과 협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제가 도와주었던 창업자들이 이제는 유명 식품회사로 성장하여 엄지식품의 중요한 거래처가 되어 주었으니 저로서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TNT 후배들을 비롯해 학과 후배들에게도 교수님과 지인들을 소개해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고, 인턴십 연결을 돕는 등 여러 형태로 지원을 해왔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보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후배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또 다른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최근에는 멘토링해준 후배들이 제 아내의 책 집필을 위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거나, 저희 가정을 찾아와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교류가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덕을 나누며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인연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와 제 가족 모두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10. 실패나 좌절을 경험했을 때, 이를 학습과 성장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은사님께서는 저에게 늘 “쉽고 편한 길과 어렵고 힘든 길이 있다면 후자를 택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두 번의 중요한 순간에 교수님의 조언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낙방했을 때였습니다. 그때 은사님께서는 “너는 회계사나 CFO가 될 스타일이 아니니, 잘된 일이다. 다른 길을 가라”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첫 직장인 한국신용평가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은사님께서 “너답지 않게 편한 회사를 다닌다. 50대에 후회하기 싫으면 좀 더 빡센 일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결국 사표를 내고 다소 험난한 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크게 고생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전화위복이 되어 최고경영자로 성장하는데 큰 초석이 되었습니다.
결국 실패와 좌절의 순간마다 교수님의 조언을 통해 더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그것이 제 커리어의 중요한 강점이자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1. 다양한 길이 열려 있는 시대에서, 후배들이 자신에게 맞는 커리어를 탐색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 취업한 선배들께서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게 “졸업하면 일하느라 놀 시간이 없으니 인턴보다는 빡세게 테니스 치고 놀아라”, “첫 직장은 다 힘드니 그냥 돈 제일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실제로 취업을 하고 보니, 인턴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첫 직장은 어디든 쉽지 않다는 말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후배들을 멘토링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로스쿨, 컨설팅, PE/VC, IB 등 인기 있는 진로를 선호하는 것을 봅니다. 물론 이러한 길은 경제적으로 보상도 크고 배움의 기회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최적의 선택은 아니며, 처음부터 그 길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로 차선이라 생각했던 첫 직장이 오히려 자신의 성향에 잘 맞는 경우도 있고, 힘들었던 첫 경험이 이후 더 넓은 기회를 열어주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저 또한 첫 직장은 처음부터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배운 기본기들이 지금 경영을 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과 체력, 그리고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혹은 강도 높은 환경을 좋아하고 잘 버티는 타입인지 등을 스스로 돌아보고, 사회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는 직장이 아닌 본인이 배우고 성장해 장기적으로 50~60대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커리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3.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12. 서울대 경영대학 동문으로서, 후배들이 단순한 성공을 넘어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갖추어야 할 마인드와 경영적 사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 먼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동일한 문제와 사건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 경험, 가치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해결되게 마련이고, 그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해결 과정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고,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리어란 곧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본인의 성장을 이어가는 여정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나만의 성취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잘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상 모든 복을 내가 다 가질 수는 없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복과 성과가 다른 이에게 돌아가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선한 영향과 운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설령 이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타인이 잘 되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는 사고방식이 커리어 전반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저의 은사님 또한 늘 이런 사고방식을 가르쳐 주셨고, 저 역시 이를 따르려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저만 잘 되는 것보다 회사, 직원, 그리고 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줍니다. 과거 한 직장에서 프로젝트 성공으로 큰 보너스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순간에 그쳤지만, 함께 일한 분들이 더 큰 성과와 보상을 얻고 그분들이 지금까지도 제게 귀한 도움을 주고 계신다는 점은 제 커리어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13. 대학 시절에 후배들이 준비하면 좋을 경험이나 역량, 습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저는 후배들이 대학 시절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꼭 찾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 두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긴 마라톤과 같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과 멘탈 관리인데, 운동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대학 시절, 경영대 학생인지 체교과 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공강 시간마다 테니스를 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체력을 기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시합을 통해 멘탈을 단련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운동은 본인에게 맞는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골프·수영·배드민턴 등 다양한 체육 교양 수업을 수강하며 자신과 잘 맞는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꾸준한 운동을 하다 보면 자기 성격의 장단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는 훗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학교 동아리나 사회 동아리에 가입해 함께 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14. 사회 초년생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이며, 이를 피하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가장 흔한 실수는 남과의 비교입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들의 급여나 복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한탄하는 후배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러나 보상이 큰 자리에는 그만큼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도 따르기 마련입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장점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첫 직장은 완벽할 수 없고, 좋은 환경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것도 아닙니다.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한국신용평가라는 좋은 회사에 들어갔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제 성격과 잘 맞지 않아 끊임없이 이직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선배의 조언으로 2년 조금 넘게 버틴 뒤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부서에서 경험을 더 쌓고 나왔더라면 제 커리어가 조금은 덜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아무리 힘들고 잘 맞지 않는 첫 직장이라도 최소 3년은 버텨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내 보직 변경이나 더 나은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고, 뜻밖의 행운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며, 저 역시 이 점을 간과해 이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후배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15. 전문직을 하더라도 최고경영자의 꿈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주셨는데,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경영학과 학생이라면 최고경영자를 목표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본인의 성장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일반기업을 다니며 대표를 꿈꾸는 것만 아니라, 로스쿨을 나와 로펌 변호사가 되거나, PE/VC/운용사에서 투자 경험을 쌓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어느 길을 가더라도 임원이나 파트너를 거쳐 결국 대표로 성장할 기회는 있습니다.
CEO를 목표로 삼고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 넓은 시야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한 번 더 고민하는 태도가 생깁니다. 또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꿈을 향한 확고한 마음가짐이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포부를 외부에 자주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속에 새기거나 자신의 공간에 목표를 붙여두고 스스로 다짐하는 방식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견제나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웃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제 사주에도 창업자가 아닌 경영자 팔자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성공한 경영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되었고, 때로는 고생스러운 일도 일부러 맡으며 제 역량과 멘탈을 단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제 커리어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 개인적 통찰과 삶의 가치
16. 앞으로 5~10년간 개인과 기업의 목표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목표를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0년 전 결혼할 때 아내와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예를 들어 집과 차량 구입, 연봉, 직업 전환 등—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집 곳곳에 적어두며 실현해 보자고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며 그 목표들이 하나씩 모두 이뤄졌습니다. 진심으로 글로 쓰고 말하며 바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해 실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외고 교사에서 작가와 컨설턴트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아내와 함께, 아들을 어떻게 건강하게 잘 키울지, 또 제가 경영자로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할지를 고민하며 향후 10년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관점에서는 최대주주의 성격에 따라 목표 설정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사모펀드(PE)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이기 때문에,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뒤 Exit(투자 회수)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데 집중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임원 교체, 전략 자산 매각과 합병, 신사업 추진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향후 매각 시점에 매력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모습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17.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특별한 도전이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즘 후배들을 보면 공부와 인턴 준비로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 깊이 교류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세대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해진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메신저나 SNS보다 직접 전화를 하고, 차 한 잔·식사·술자리 등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더 많이 쌓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 방학 때 지방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같이 여행을 다니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쌓인 정이 지금까지도 오래 가는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지도교수님이나 마음에 남는 교수님을 찾아 뵙고 인생이나 학업, 심지어 연애 상담까지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교수님들을 자주 찾아 뵈며 많은 도움을 받았고, 장학금 기회를 얻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특히 경영학과 교수님 뿐만 아니라 교양 수업에서 만난 교수님들과는 지금도 가족 단위로 교류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연락하는 자세입니다. 기회는 행동하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2022년, 황인이 교수님의 경영학특강에 초대받아 강의 후 연락처를 남기며 “진로 고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실제로 한 학생이 바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날 밤 제가 해외 유명 VC 파트너에게 이력서를 전달했고, 그 인연으로 그 학생은 다양한 PE/VC/IB 경험을 쌓은 뒤 결국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 합격했습니다. 또 다른 후배는 금융 지식이 거의 없었지만 저에게 꾸준히 멘토링을 요청해, 2년 동안 함께 노력한 끝에 유명 컨설팅사를 거쳐 현재는 MBK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먼저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후배들도 주저하지 말고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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