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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선도한 리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상임고문과의 만남

글. 학생홍보대사 정혜원(학사 22)

 

 

1. 오랜 기간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끌어 오셨는데, 본인께서 걸어오신 길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 커리어는 LG전자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까지 총 여섯 개의 회사를 거치며 이어져 왔습니다. 마지막으로는 2023년 제7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을 맡아 국내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힘쓸 기회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KAIST 동문 창업 생태계 모임인 KOC(KAIST One Club)에 참여하여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전하고, 벤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근에는 ‘뉴웨이브원’이라는 투자사를 설립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 어떤 계기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하시게 되었는지, 또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활동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입학한 해가 1975년이었는데, 당시 사회 분위기는 ‘잘 살아보세’라는 국가적 열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성장해야 하고, 좋은 기업이 많아져야 고용과 세수가 늘어나 국가도 부강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기업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경영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는 당시 남학생들에게 필수였던 군사 훈련 과목인 ‘교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과목에서 F학점을 받으면서 다른 학생들보다 군 복무를 6개월 더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요. 하지만 그 사건은 오히려 새로운 길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군 복무와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KAIST(당시 과학기술원) 진학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석사 과정까지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전화위복이 되어 제 진로를 새롭게 열어준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2. 그렇다면 그 사건이 회장님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셈인가요?

 

맞습니다. 당시 과학기술원에는 경영학과가 없어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는데, 산업공학은 이과적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문과적 배경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에 이과적 훈련까지 더해져, 결과적으로 두 가지 시각을 함께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련 과목의 F학점은 제 인생의 위기였지만, 그 덕분에 과학기술원이라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발견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긴 경영인 생활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만남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오늘의 권영수 회장님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만남은 고(故) 구본무 회장님과의 인연이었습니다. 제가 신입사원 시절, 제 위의 상사로 계셨는데 그 시기에 함께했던 경험이 제 커리어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

 

또 다른 전환점은 1999년 IMF 외환위기였습니다. 국가 전체가 흔들리고 회사도 존폐의 기로에 서 있던 상황에서, 저는 그룹 내 한 회사를 매각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모든 협의가 마무리되고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상대 회사가 돌연 계약금액의 4분의 1을 삭감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이미 언론에 발표된 상태라 협상력이 거의 없는 조건이었지요. 당시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결국 밤을 새워 장문의 편지를 보내며 앞으로 함께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진정성 없는 파트너십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다행히 그 결과 일부 금액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어떤 절망적인 순간에도 반드시 길은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사건이 저를 크게 성장시킨 계기가 되었고, 이후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4.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끄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이나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배터리는 앞으로의 산업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는 중국이 강력한 보호 장벽을 두고 자국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미 철강, 석유화학, 가전 등 많은 산업이 중국에 밀린 상황에서, 배터리 역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유하자면, 중국은 토끼이고 우리는 거북이 같은 형국이지요. 하지만 거북이가 끝내 승리할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가 필수적이기에, 에너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다만 동시에 위협 요인도 많은 만큼, 치열한 준비와 전략이 요구됩니다. 현재 저는 고문으로 있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산업 동향에 대해 조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5. 최근 설립하신 ‘뉴웨이브원’은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경영 자문과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신지요?

 

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이 더 잘 사는 나라가 되는 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결국 기업의 성장에 있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유능한 인재들이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벤처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도 성장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창업자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라 기술은 뛰어나지만, 자본 조달, 마케팅, 전략, 생산 경험 등에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면 투자처를 연결해주고, 전략 수립을 돕고, 필요하다면 인재와 네트워크를 소개합니다. 그렇게 해서 기술이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 판단의 기준 역시 명확합니다. 기술의 우수성과 시장의 중요성, 경쟁 구도, 고객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합니다. 회사 생활 내내 수많은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접목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좋은 기술이 좋은 사업으로 연결될 때, 그것이 곧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6. 서울대 상대동창회장을 맡으시고, 또 지난 10년간 많은 금액을 기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문 활동과 기부에 담긴 의미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동창회라는 것은 결국 서울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사람들이 더 잘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공동체적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생들에게는 선후배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재학생들에게는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지요. 특히 경제적 여건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은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장학금이 단순히 생활비 지원이 아니라, 학생들이 학문과 체력을 충실히 갖추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공부 성적뿐 아니라 등산을 즐기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시기도 했는데, 체력과 자신감 또한 성공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겨 있지요. 저 역시 그런 다양한 시도가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기부와 동문 활동은 후배들이 더 큰 인재로 성장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7. 오랜 기간 대기업 현장에서 활동하시고, 또 신산업과 스타트업 분야를 가까이 지켜보신 경험을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울대에서 공부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실력이 곧 성공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훨씬 복잡해지고 일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단순히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얼마나 잘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지요.

 

사람들은 본인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누군가를 기꺼이 돕기도 하고, 형식적으로만 돕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것은 기본이지만 동시에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신뢰와 호감을 쌓아두면, 결정적인 순간에 주변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돕고 싶어집니다. 결국 성공 확률은 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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