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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2)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2)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2)

일상을 아주 느리게 본다면, 뒤돌아본 풍경은 당신의 기억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상을 아주 느리게 실천한다면, 대면한 풍경은 당신의 어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이번 호에는 황인이 교수의 목소리로 누구나 아는, 그러나 아무도 정독하지 않은 오래된 책을 읽어 보겠습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글 황인이 교수 

국부론에서 보는 지속가능경영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도 모른 채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명제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굵직굵직한 국제경제위기를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주주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기업의 장기적 성과에 기여하지 않다는 성찰과 함께 기업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노력들이 차오르는 시대에 서있다.

2019 8월 개최된 Business Roundtable(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비영리협회)에서 향후 기업의 목표로서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을 천명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점점 더 많은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로 대변되는 전통적 자본주의 패러다임 하에서는 기업의 위험관리가 재무적 측면에 한정되어진 반면에,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에서는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 잠재적 위험요인으로서 제한된 자원과 산업고도화에 따른 기후변화, 기업의 사회적 역할, 기업활동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립 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이슈들을 포괄한다.

ESG 경영에 대한 요구는 기업 내외부적으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경영자들이 목적을 가진 이윤의 창출로 기업의 사회적 책무 완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

예를 들어, Blackrock 2020 1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청산하겠다고 천명하였고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Norges Bank 2020 3월 피투자기업들이 반드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s)기준에 맞추어 ESG공시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녹색채권(green bonds) ESG 대출 등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공급사슬망에서 구매자들은 공급업체가 환경문제 및 사회적 책임을 존중하는 경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인 한국거래소와 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ESG지수를 산정 발표하는 한편 기업들에게 ESG 정보에 대한 공시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의 2020년 계획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ESG정보의 적극적 공개를 도모하는 제도 도입과 함께 향후 녹색산업에 대한 대규모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ESG에 대한 관심 속에 GRI,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IIRC(international integrated reporting council) 등의 기구에서 지속가능보고의 효과적 실행을 위한 기준과 방식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조만간 중요하게 적용될 것이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패러다임, 즉 이윤 극대화를 통하여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업의 필요조건에 불과하고 사회적 책무까지 완수할 경우에 기업 역할의 충분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라는 명제는 놀랍게도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아야 하지만)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Adam Smith (1723~1790)의 국부론(1776)에서 이미 제시되어 있다.

국부론의 독자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내용들이 상이할 수 있으나, 필자의 경우는 원서를 읽으며 몇 번을 되뇌어 보아도 국부론의 기저에 흐르는 Adam Smith의 고민은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심지어는 미래의 인류의 안위까지 섭렵하는, 상생의 가치이다.

이것은 국부론의 원제목¾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¾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Adam Smith는 국부를 노동을 제공하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수준, “liberal reward for labour”라는 표현으로 조망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통해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경제활동으로 창출된 부가 국민에게 돌아가고 실물투자의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재화와 용역을 언급하며 굳이 products 또는 services 대신에 goods 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면 필자의 지나친 오버일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자유Milton Friedman, ‘효율적 시장 가설Eugene Fama, ‘대리인 이론Michael JensenWilliams Meckling으로 대변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파 내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자본시장 우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국부론의 근본사상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게 되었고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다.

Adam Smith는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생산활동의 결과물을 지대의 증대를 통하여 편취하는 하는 landlord의 존재를 비판하고 있다. Adam Smith에게 지대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아니라 단순히 경제활동 성과물의 흡수통로일 뿐이다. 그들의 사치적 소비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있지만, Adam Smith는 그것에서 발생하는 파생가치는 실물투자와 비교했을 때 거의 무시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대 경제학파에서 시작한 주주자본주의가 사랑하는 주주들은 정말 기업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주가부양을 위해 실물투자 대신 자사주 매입에 이익의 절반을 쏟아 부어온 미국 기업들 (Rana Forooha의 책,“Takers and Makers” 참조), 주주의 단기경영성과 압박에서 “As a private company, Dell now has the freedom to take a long-term view”라고 말하며 주식시장을 떠났던 Michael Dell, 이와 같은 사례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World Bank2017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다음과 같다:

홍콩 27.7개월, 호주 22.4개월, 독일 18.9개월, 일본 12.9개월, 한국 10.7개월, 미국 10.3개월, 터키 7.2개월, 중국 6.1개월.

1940년대 7년과 비교해보면 주주라는 존재가 기업이 충성심을 가지고 받들어 모셔야 하는 대상인지 궁금하다. 기존의 principal-agent frame을 놓고 볼 때,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나 배신하고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부류는 오히려 principal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단기주가차익을 좇는 현실의 투자자들은, 국부론을 과감하게 해석한다면, (경제적)지대를 추구하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

다섯 권으로 구성된 국부론 1 1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It is the great multiplication of the productions of all the different arts, in consequence of the division of labour, which occasions, in a well-governed society, that universal opulence which extends itself to the lowest ranks of the people. Every workman has a great quantity of his own work to dispose of beyond what he himself has occasion for; and every other workman being exactly in the same situation, he is enabled to exchange a great quantity of his own goods for a great quantity, or, what comes to the same thing, for the price of a great quantity of theirs. He supplies them abundantly with what they have occasion for, and they accommodate him as amply with what he has occasion for, and a general plenty diffuses itself through all the different ranks of the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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