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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번째 이야기, 『공감의 窓, 혁신의 화살』
스물한 번째 이야기, 『공감의 窓, 혁신의 화살』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공감의 가치가 더 높아 지고 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감정으로, 인간은 선천적으로 공감적 고통(inborn empathic distress)을 느낀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아픔을 느끼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아이와 공감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공감을 통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은 공감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공감은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것이고, 포용(tolerance)은 이질적인 것과의 차이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감과 포용은 국민의 마음과 경쟁자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고,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을 이끌어내는 힘이 되었다.
공감은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 개인 등 인간관계의 모든 면에서 적용된다. 기업경영도 전략, 정책, 관행에서 투자자나 소비자 등 기업의 입장에서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살펴봐야 성공할 수 있다. 기업의 명성은 자본이다. 이 명성은 이해당사자의 신뢰에 기반을 두며, 신뢰는 이해당사자가 기업에 주는 ‘사업허가증’으로 불린다.
- 빌 게이츠는 기업은 이해당사자를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때 그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긍정적 인식(positive recognition)’이 형성되어, 결국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배려는 공감할 때 가능하다.
오늘 서평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공감이 경영에서 가지는 의미를 [공감의 窓, 혁신의 화살: 평범한 사람의 뇌도 이렇게 하면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 낸다] (김기찬·임홍재·팽경인·박명길·배종태·공정호 지음, 시사저널, 2021)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1) 호모 엠파티쿠스만 살아 남는다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인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에서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명령이 아니라 공감이라고 했다.
- 1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는 최소 6종의 인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중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밀은 그들 중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공감은 협력을 만든다. 인류는 갈등할 때 후퇴했고, 협력할 때 진화했다.
- 10만 년 전 가장 먼저 직립에 성공했던 호모 에렉투스는 싸움에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협력하고 공감하는 힘이 없었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적자생존이 아닌 공감하는 인간들의 협력에 의해 역사는 발전했다. 인류는 공감이라는 능력 덕분에 세계를 호령하는 종이 됐다.
- 협력이란 호랑이가 공격해 오는 것을 대비해 보초를 서야 할 때 번갈아가면서 보초를 서는 것이다. 믿지 못한다면 둘 다 보초를 서거나 둘 다 잠을 자야 하는데,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협력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친구와 협력하기 때문에 스스로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호모 엠파티쿠스는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상대를 안다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대의 진면목을 알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 ‘엠파티쿠스’라는 단어 자체가 ‘공감, 감정이입’ 등을 뜻하는데, 이는 ‘상대의 눈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도 표현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역시 자신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본성은 자기 이익뿐만 아니라 동정, 공감, 사랑, 사회적 인정에 대한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입장에서 보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공감에 대해 말한 이 중 가장 놀라운 사람은 자본주의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애덤 스미스이다. 그가 자신의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말하는 공감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놀랍게도 서구문화에서 공감을 둘러싼 사유의 뿌리를 추적해 나가다보면, 바로 이기심의 서사를 우리에게 주입시킨 필자들 가운데 몇 명이 그 연원에 있다.
-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기심의 추구가 사회에 이롭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17년 앞서 출간된 다른 책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1759)에서는 인간의 동기부여에 대해 더 복잡하고 충실하게 묘사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홉스가 본 비관적인 자연상태에 완전히 상반된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로 간주되더라도 인간의 본성 속에는 어떤 명백한 원칙들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타인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라고는 보는 즐거움 외에 아무것도 없을 때조차 타인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며 자신에게도 그런 행복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 그 다음에는 세계 최초로 충실하게 개발된 공감이론(당시에 공감은 동정(sympathy)이라 불렸다)이 이어진다. 여기서 스미스는 인간은 타인들의 처지에 서보는 능력을 타고났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상상 속에서 고통받는 자와 처지를 바꾸어보는 것”이라는 길이 기억될 만한 문장으로 서술했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아마 공감기술에 관한 최초의 입문서일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자아를 내려놓고 타인들의 감정과 경험의 미묘한 윤곽에 맞추기 위해 더 열심히 자신을 조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신이 구경꾼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타인의 상황에 세워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고통받는 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불행까지 자기 것으로 느껴봐야 한다.
(…)
외동아들을 잃은 당신의 슬픔을 내가 위로해 줄 때, 당신의 슬픔에 들어가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지금의 성격과 직업을 가진 나라는 사람의 아들이 불행하게도 죽을 경우에 내가 어떤 고통을 겪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내가 정말 당신이었다면 어떤 고통을 겪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단순히 상황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성격과 인격까지 바꾸어본다. 그렇게 느끼는 슬픔은 완전히 당신의 처지에서 느끼는 슬픔이지 내 처지에서 느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 감정은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2) 새로운 자본주의 - 공감
더 재미있는 것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공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이지만 약점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위해 사람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본주의란 사람과 혁신을 통합하고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보이는 손(visible hand)으로서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가정신도 초기에는 혁신만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의 성과를 개인 기업가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함께 하는 직원이나 고객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에는 지적자본이 중요하지만, 인간 생활에는 감정자본관리가 중요하다. 애덤 스미스는 혁신을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안했고, 감정자본관리를 위해서는 공감을 특효약으로 제안했다.
- 자본주의에는 말로 따지고 계산하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신피질 자본주의와 공감하고 행동하는 감성적 변연계 자본주의가 있다. 변연계 안에는 공감을 느끼는 공감 신경세포인 거울뉴런(mirror neuron)이 있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꿈과 감정의 제작소이자 행동의 중심지다.
- 변연계 자본주의 트렌드는 2002년 대니얼 카너먼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이후 행동주의 경영경제학의 핵심 연구 과제가 되고 있다. 두뇌에서 신피질(Neo Cortex)은 이해, 분석, 언어의 기능을 하는 반면, 변연계(Limbic Brain)는 의미, 꿈, 감정, 신뢰, 충성심을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거울뉴런이 활성화될수록 사람의 공감능력은 커진다. 변연계적 인간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신피질로서의 인간 기능은 인공지능에게 넘어갈 수 있지만 변연계적 인간 기능은 불가능하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자신의 저서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에서 기술이 중요해질수록 사람과 공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자유시민사회에서 인간질서의 제1원리가 공감의 원리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이해관계자 경영,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전통적으로 경영학은 주주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주주를 위한 철저한 이윤 중심의 경영방식은 부의 불평등, 환경오염, 직원들의 기계화, 거래기업에 대한 갑질 문화 등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기업은 주주가 경영의 중심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만 지속가능하다는 ‘이해관계자 경영’이 자리잡게 되었다
- 2020 다보스포럼에서의 주요 주제 역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였다. 다보스포럼은 성명에서 소득불평등, 사회분열, 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지속적인 가치창출에 그들을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Stakeholder)란 기업에 대해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집단을 말한다. 1980년대 이해관계자 이론의 선구자인 에드워드 프리먼(Edward Freeman)은 이해관계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어떤 특정한 회사의 활동에 의해서 이익을 얻거나 해를 입거나 또는 그 권리가 방해되거나 존경받거나 하는 그룹이나 개인을 가리키는데, 더욱 좁은 의미로는 그 회사의 존속과 성공에 불가결한 그룹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그는 보편적인 이해관계자로 주주, 종업원, 고객, 공급자, 커뮤니티 그리고 경영자를 언급했다.
- 2000년대 들어 미야사카 준이치(宮坂純一) 교수는 프리먼의 구성 요소 외에 자연환경과 정부도 이해관계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저서인 [CEO의 바이플 스테이크홀더 경영]에서 주장했다. 라젠드라 시소디어(Rajendra Sisodia) 교수도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소위 ‘SPICE’로 표현되는 사회(Society), 협력업체(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을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표현했다.
- 시대와 기업환경에 따라 이해관계자는 달라질 수 있다. 오랫동안의 기업 활동 경험에 비춰봤을 때 주주(투자자), 종업원, 고객(소비자), 파트너사(공급사), 정부와 커뮤니티, 자연환경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생각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거래 파트너사(공급사)이다. 일반적으로 거래 파트너사(공급사)는 항상 믿음을 주지 못하고, 없어도 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런 시각은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달을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앨런 그리스펀(Alan Greenspan)은 ‘내가 얻으려면 상대방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지키며 정직하게 거래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린스펀의 지혜를 실천함으로써 기업과 공급사들 사이에 신뢰와 공감 그리고 팀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자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모든 물품을 공개경쟁을 통해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필연적으로 품질이 떨어지고, 파트너십의 약화로 신기술·신제품의 도입이 지연됨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기업 성과에 대한 기여도는 개별 역량이 25%, 파트너 역량이 75%라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혼자서는 그 경쟁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예측이 곤란한 VUCA(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뜻하는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약자) 시대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한 기업을 둘러싼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경쟁력이야말로 지속 가능 기업의 필수조건이다.
3) ‘후유’ 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자본주의를 만들자
인간을 뜻하는 ‘Human’의 어원은 라틴어 ‘Humus(흙)’에서 유래되었다. 이 Humus에 영혼을 넣어주는 것이 ‘Inspire’이다. ‘숨을 불어넣다’는 뜻의 Inspire는 In(안)+spir(숨쉬다; 영혼, 정신의 상징)의 복합어다. 숨이 멎었던 사람이 ‘후유’ 하고 다시 숨을 내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무하고, 숨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우리는 공감할 때, ‘후유’ 하고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리다.
- 공감(empathy)의 어원은 ‘en(안)’+‘pathos(감정)’의 복합어로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시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공감이란 나의 감정을 대상에 이입시키거나 대상의 감정을 나에게 이입시켜서 서로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그렇게 되면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게 된다.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은 지도자들에게 쉽지 않는 덕목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 혐오, 배제하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질적인 것이야말로 새로운 역량을 키워준다.
기업에서의 공감 경영의 의미와 이를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그리고 기업가 정신과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싶을 때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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