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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신 SBS사장과의 만남

방문신 SBS사장과의 만남

글. 학생홍보대사 이효진 (학사 21)

▲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 현장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89년 1월 신문기자를 시작으로 35년을 언론에서만 보낸 사람입니다. 회사의 임원이 된 건 작년부터이니 아직 경영인 경력은 상대적으로 짧고 기자의 삶이 대부분이었다고 봐야겠죠. 방송사에는 여러 본부가 있습니다. 보도, 시사교양, 드라마, 예능, 라디오, 경영본부 등이 있는데 보도 분야에서만 30년 이상 일하다가 지금은 CEO로서 여러 분야를 두루 파악하고 미래 전략을 짜야하는 일을 맡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업의 본질이 바뀐 셈이지요. 30년 이상 몸에 밴 기자의 직업적 습관과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CEO 역할은 상호 보완되는 점도 있지만 머리를 쓰는 방향과 전략이 다른 경우도 적잖게 있으니까요.

 

언론인이라는 진로를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82년 경영대 입학 당시만 해도 언론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아마 그랬다면 경영대를 선택하지 않았겠죠. 경영대를 선택했던 것은 경영학이 실용 학문이라는 점,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업이 만들어 낼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 때문이었는데 대학 4학년 때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사회에 조금 더 공헌할 수 있는 영역이 없을까 고민했었고 그 때 기자라는 직업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80년대만 해도 요즘과 달리 이른바 정보라는 것이 제한된 사람만이 접근 가능했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저 ‘카더라’라는 식의 미확인 정보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거든요. 그런 사회적 갈증과 욕구가 있던 시대였던 만큼 제대로 된 정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진실을 전하는 직업, 즉 진실 전달자라는 사회적 역할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게 기자를 하게 된 출발점이었죠. 운 좋게도 첫 언론사 시험에 곧바로 합격했고요.

 

신문기자에서 만 3년만에 방송기자로 옮기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신문기자로 일하던 90년 8월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걸프전이 시작됐습니다. 방송으로 전쟁이 실황 중계된 첫 사례가 바로 이 걸프전이었어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CNN이라는 방송매체가 주목받게 된 것도 이때였고요. 이 같은 뉴스 흐름을 보면서 한국 언론도 신문 중심에서 방송 중심으로 바뀌어 갈 같다는 인식의 전환이 생겼는데 그때 SBS가 새로 생겨났고 저 또한 신문에서 방송으로 전직하게 됐어요. 그때는 나 스스로 새로운 선택을 한다고 느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기자가 된 것, SBS로 옮긴 것 모두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덫에 내가 빨려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더 커요. 마치 운명이랄까요.

 

 

▲ 2023년 연예대상 시상식 현장 (런닝맨 출연진과 함께)

 

기자 및 언론인만의 직업적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특징이자 언론인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전문성만으로 본다면 기자들이 특정분야의 전문가들보다 어떻게 더 많이 알 수 있겠어요? 더 많이, 더 깊이 안다고 하는 기자들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다만 기자들은 깊이는 몰라도 넓게 보는 능력은 있어요. 사안을 단순화하는 능력도 있고요. 복잡한 상황을 기사로 짧게 요약하는 훈련을 받거든요. 그 과정을 수십년 반복하다 보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능력,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로 정리해 내는 능력이 쌓이고 쌓입니다. 작은 것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는 종합적 관점, 몇 가지 공통된 이슈에서 시대적 트렌드를 읽어내는 폭넓은 관점도 생겨난답니다. 전문가들의 글이 그들만의 언어로 하는 그들만의 세상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많은 데 비해 기자들의 글은 보통사람들의 언어로 하는 우리들의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훈련과정이 수십 년 반복되면 큰 틀의 시대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기고 감각이 발달해지는 것이죠.

 

그런 경험을 구체적으로 느낀 사례나 의미 있었던 경험이 있으셨나요?

저는 동경 특파원 시절이 딱 그랬어요. 제가 2000년 일본 게이오 (慶應)대학 해외연수를 거쳐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동경특파원 생활을 했는데 그때 일본의 최대 사회문제가 저출산 문제였어요. 반면에 당시 우리나라의 인구 이슈는 아직 남녀 성비 불균형에 머물러 있던 시절이었고요. 남아 선호사상으로 뱃속의 아기가 아들이면 출산을 하고 딸이면 유산을 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아들을 못 낳은 며느리는 죄인인양 대접받던 관행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때였어요. 국내 언론에서는 <초등학생 남학생의 하소연: 내 짝은 여학생이 아닌 남학생이에요>라던 기사를 쓰던 시절, 일본에서는 저출산 어젠다가 일상화돼 있는 걸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죠.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적 이슈는커녕 정부 차원의 본격 관심사도 아니었어요. 일본에서 저출산 쇼크, 고령화 이슈가 최대 이슈가 돼 있는 걸 보고 우리도 곧 저렇게 되겠구나 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귀국 후 우리도 저출산 문제를 국가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보도국 간부들에게 전했고 그 결과 SBS의 미래 어젠다 포럼인 SDF(서울 디지털 포럼)과 미래한국 리포트에서 저출산 이슈를 공식 어젠다로 채택했어요. 대한민국 언론으로는 최초였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밖에 2019년 관훈클럽 총무에 선출돼 중견 언론인들과의 모임을 통해 언론의 현재를 논하고 미래 해법을 모색했던 일, 서울대 동창신문 편집위원, 서울대 동창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이기에 가능했던 소중했던 경험들이죠.

 

어떤 방송, 어떤 방송국을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SBS는 언론사이자 미디어콘텐츠 기업입니다. 언론사인 만큼 좋은 저널리즘으로 사회에 봉사해야 하는 책무가 있고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SBS의 사훈이 <건강한 방송, 건강한 사회> <건강한 콘텐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입니다. 건강한 저널리즘을 위해 시대 변화에 맞춰 저널리즘 준칙을 올해 새로 정비했습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시대에 정확성과 객관성, 절제와 균형을 4대 축으로 하는 고품격 저널리즘의 근원을 공유했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은 이제 지상파를 넘어 모든 플랫폼에서 공유되고 있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확대, 소비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른바 K-드라마, K-팝으로 상징되는 우리 문화를 세계인들이 접한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흔히 말하는 소프트파워의 수출이자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한 걸음 더 진입하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언론사, 미디어 콘텐츠기업의 역할과 책무 모두 중요합니다. 중심이 있는 저널리즘, 글로벌로 가는 미디어콘텐츠 기업이 우리의 생존전략이고 미래상입니다.

 

경영대 학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언론인으로서의 강점이 있을까요?

실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이 실용학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실용이라는 말은 편향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뜻입니다. 편향에서 벗어나야 팩트와 주장을 구별할 수 있고, 신념과 확증편향을 구별할 수 있고, 총체적 진실과 작은 파편을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기자의 기사는 문학적 글쓰기와는 본질이 다릅니다. 멋있는 말, 폼 나는 말이 아닌 근거와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내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또 경영학은 회계, 재무, 인사, 조직관리, 혁신전략, 경영정책 등 영역도 다양하지 않습니까? 경영대와 언론은 많이 다른 듯 하지만 업의 영역은 의외로 많이 맞닿아 있습니다. 언론계 전체적으로는 경영대 출신은 소수이지만 숫자 이상의 큰 역할을 해 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언론, 방송계를 꿈꾸는 학생이나 경영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멘토 또는 인생 컨설턴트들이 많이 하는 말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입니다. 저는 조금 다른 말을 해주고 싶은데요. 좋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계속 바뀔 수가 있는 반면 잘하는 것은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충분히 지도받지 못한 채 대학에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그런 상태에서 졸업 후 미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대학 4년은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많이 경험해 보라고 말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왜 그랬던 건지, 숨겨진 나의 또 다른 재능은 없는지 두루두루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진지하게 마주해 보면 내 미래의 선택지가 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24 한국 민영 방송의 날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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